한 은행원의 자살 … “아들이 보고 싶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착하기만 하던 고인에게 죄송하고 부끄러운 맘으로 삼가 명복을 빕니다”

지난 달 29일 과도한 업무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미은행 김아무개 차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이 노조 게시판을 메우고 있다.

고인의 직장동료들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한 직장을 다니는 노동자로서 “아들이 보고싶다는 유서를 남긴 김 차장의 일이 남의 일 같이 않지 않다”고 토로한다.

‘반격’이라는 아이디의 한 직원은 “아들을 둔 같은 아빠의 입장에서 눈물이 나고 가슴이 메어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임원들과 외국자본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우리 아이들과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지 이젠 슬픔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숨만’이라는 이름의 글에서는 “누가 그분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한미은행 가족들은 모두 이해할 것”이라며 “그저 슬퍼하면서 눈물만 흘릴일이 아니라 다시는 그분과 같은 슬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손으로 막아야한다”고 적고 있다.

금융노조 한미은행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시한을 정해놓고 과도한 업무를 강요해 발생한 일”이라며 “고인의 명예회복과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부는 현재 전 조합원 ‘근조’ 리본달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6일에는 본점로비에서 추모행사를 치를 계획이다.

한편 이 은행 모바일뱅킹 서비스 추진 담당이었던 고인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께 인천 전산센터 휴게실에서 스스로 목을 맸으며 “아들이 보고 싶다. 결과 없는 오랜 야근으로 아이 얼굴도 거의 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지금도 마치 무슨 악몽을 꾸고 있는 거 같기도 하지만 아무리 꼬집어도 깨어나질 않네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고인에 대한 장례는 31일 치러졌으며 한미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장례식 다음날 예정대로 오픈됐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4.04.06 1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