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8명 산재 사망
[2003년 산업재해 현황] 재해건수 9만 4,924명, 사망자 2,923명 … 경제손실 무려 12조 4,000억원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2,923명이다. 1년 동안 매일 8명의 노동자가 죽어갔다는 의미다. 또한 업무로 인해 사고와 질병에 시달린 노동자가 9만 4,924명으로 하루 평균 260명이 ‘병자’가 된 셈이다.
22일 노동부가 내놓은 ‘2003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산업재해수 9만 4,924명, 사망자수 2,923명으로 전년대비 각각 15.9%(13,013명), 12.2%(318명)가 증가했다. 노동자 100명 당 발생하는 재해자수의 비율인 재해율도 0.90%로 전년대비 0.13% 포인트 늘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12조 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부 올해 예산 7,317억과 비교해 약 17배가 많은 액수이며 정부예산 120조원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인천국제공항 하나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이 약 7조 9,000억원이라고 하니 산재로 인한 피해는 당사자뿐만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한편 규모별 재해자 발생현황을 보면 50인 미만이 6만 5,594명으로 집계되는 등 전체 재해자 수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50~299인 16,725명, 300~999인 5,538명, 1000인 이상 7,067명 등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40,201명, 건설업 22,680명 등 두 업종이 전체 재해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재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 노동부 산업안전과 한 관계자는 “정부, 사업주, 국민들 모두의 반성이 필요하다”며 “전반적으로 경제성장 논리가 우위에 서면서 사람의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산업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문제가 가장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산업재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기 위해서는 규칙위반은 곧 사고라는 위기의식이 작동해야 한다”며 “법과 원칙에 맞게 법 기준을 그대로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건강연대 최은희 정책국장은 “재해자의 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인데 이들은 산업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사내하청 등 비정규노동자의 산재에 대해 실질적인 사용자 위치에 있는 원청이 책임을 지고 있지 않아 이들의 건강권은 방치된 상태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최 국장은 “원청, 하청 상관없이 어떤 사업장에서 산재가 발생하면 실질적인 사용주(원청)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기자
(사진출처 한겨례21)
ⓒ매일노동뉴스 2004.04.23 14:4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