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파병-비정규직차별 철회등 4대 목표 제시
114회 노동절 맞아 일주일간 ‘공동행동주간’ 선포

2004-04-23 오후 3:22:00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생일인 ‘1백14주년 노동절’을 맞아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동절 기념 조합원 공동행동주간 선포식’개최를 필두로 앞으로 일주일간 노동절의 의미를 재확인함과 동시에, 이라크 파병 철회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위한 본격적 행보에 들어갔다.

사안1, 이라크 파병 철회

황사로 인해 서울 하늘이 희뿌연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모인 2백여명의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강철웅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의 사회로 이라크파병 철회,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당면현안들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1백14주년 노동절 맞이 ‘조합원 공동행동주간 선포식’을 가졌다. ⓒ프레시안

최용규 금속연맹 통일분과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가장 시급히 싸워야 할 과제로서 이라크 파병철회를 제시했다.

최 위원장은 “전쟁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이라크 아이들이 미국의 총부리에 숨져가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압력이 두려워 파병철회를 검토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북한을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한반도에 이라크의 참상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4.15 총선에서의 민주노동당 약진을 계기로 사회적 위상이 달라진 만큼 범 사회적 이슈인 파병철회를 민족사활의 문제로 규정한 뒤, 시민사회단체들과 적극 연대해 파병철회투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사안2, 비정규직 차별 철폐

쌓아올린 탑의 높이만큼, 우리 사회에는 해결해야 할 노동현안이 많다. ⓒ프레시안

오는 5, 6월 임단협에 있어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처우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노동절 주간 동안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전 국민적으로 알려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백순환 금속산업연맹 위원장은 “과거 현장에 나가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악수조차 거절해 왔다”며 과거 민주노총 운동방식의 한계를 시인한 뒤 “요즈음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악수는 하지만 대신 하소연을 한다”며 달라진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백 위원장은 “최근 어떤 사업장에서 만난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기 동료가 하루아침에 해고돼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하소연에, 비정규직의 실상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백 위원장은 지난 2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박일수씨 죽음을 언급하면서 “금속연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과 활동을 방해하는 사업주에 대해서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백 위원장은 이와 함께 비정규직 차별철폐에 미온적인 정규직 노동자들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정규직 노동자들이 더욱 연대하는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안 3, 노동자 건강권 보호

대공장을 중심으로 주5일제가 도입되는 등 노동조건이 많이 향상되는 가운데서도, 다수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각 종 질환은 물론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실정이다. 민주노총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과 함께 노동자 건강권 보호의 중요성도 노동절 주간동안 알릴 계획이다.

강호연 건설산업연맹 산업안전국장은 “노동자는 무식했고, 자본은 간악했다”며 “자본은 이윤 창출을 위해 노동력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까지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 강 국장은 “지금껏 노동자는 프레스(절단기계)에 손이 잘려도, 단순 반복작업으로 허리가 아파도, 자기 탓만 하며 살았다”며 “이제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 근골격계 직업병 관련 안전교육, 임시건강진단 등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사용자 측에 요구하고, 중대재해 관련해서도 실태조사와 함께 특별안전점검과 대책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

사안 4, 최저임금 77만원 확보

또한 민주노총의 주요 사업으로 최저임금 77만원 확보가 있다. 최저임금은 고용의 상시적 불안과 노동의 지나친 유연화로 양산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만큼, 현실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덕순 여성연맹 부위원장. 최저임금 현실화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프레시안

이덕순 여성연맹 부위원장은 “최저 임금 56만원으로 생활유지가 되겠는가”라며 “물가가 오르고 생활여건이 변한 만큼, 최저임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하철 청소 용역 여성노동자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경제가 발달하고, 문화시설이 아무리 확충된다 하더라도, 비현실적인 최저임금 밖에 못 받는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며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최저임금 77만6천원은 기필코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주진우 민주노총 비정규실장은 “그나마 노조가 결성된 사업장은 낮다”면서 “노조도 없는 요식업계 비정규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최저임금 수준도 못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부터 전 사업장에 노동절 기념 현수막을 부착하고 24일부터 30일까지 이라크파병반대 비상시국선언, 근로복지공단 개혁 국민토론회, 노동안전확보 1만인 선언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

김경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