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의료인 “아픔 곁으로”
의사들 “보내달라” 지원
남한 의료인들이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현장에서 대대적인 진료활동을 추진중이어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남한 의료인들의 현지 지원활동에 대단히 부정적이었으나, 이번 참사의 인적 피해가 심각해 예전과 다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 6개 단체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100여명 규모의 의료지원단 파견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전국보건의료노조,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의사와 약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현재 의료지원단에는 부산인의협 소속 김영준씨 등 의사 5명이 자원했으며,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본격적인 지원을 받으면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지원단이 실제로 용천 사고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1996년 가을 일어난 북한 대홍수의 참상이 알려진 97년에도 200여명의 의료지원단을 구성해 북한 현지 활동을 추진했으나, 북한 쪽은 “우리한테도 의료 인력은 있으니, 장비와 물품만 보내달라”며 불허했다. 의사협회는 90년대 말부터 북한에 백내장 수술기기를 보낸 뒤 기술전수 차원에서 몇차례 안과수술 등을 해왔으나, 이 또한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단체들은 이번 사고의 심각성을 고려해 북한 쪽에 남한 의료지원단의 방북을 허가해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의사협회 권용진 이사는 “북한의 의료인력 수준이나 서비스 공급 양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참사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북한이 요청해오길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남한쪽 의료인들의 활동을 받아들여 달라고 북쪽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도 “빠른 시일 안에 의사들을 북한에 보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이 피해자가 많은 것과 관련해, 북한·이라크 어린이 돕기운동을 해온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에는 “북한을 도울 방법이 없느냐”는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이 단체 김진숙 사무국장은 “다친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일반 시민과 항생제·연고 등을 지원하겠다는 제약업체들의 문의 전화, 직접 사고현장에서 의료활동을 펼칠 방법을 알려달라는 의사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