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원인 스트레스도 산재
서울행정법원 판결 … 불법체류 조선족 이주노동자 승소

임금체불로 스트레스를 받아 질병을 얻은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행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행정단독2부 최은배 판사)은 27일 중국동포 김아무개 씨(45세)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최초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씨는 뇌경색 등 질병이 생기기 한달 전부터 임금체불로 퇴직한 직원을 대신해 일을 하면서 업무부담이 증가했고 임금체불에 따른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함께 겪은 것이 질병을 일으켰다고 봐야 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질병이 생긴 무렵, 4개월분의 임금을 받지 못했지만 미등록 신분 때문에 진정 등의 민원을 제기하지 못했고 빚을 떠안은 중국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지 못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의 뇌경색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평소 고혈압 병력이 없었다는 점도 임금체불로 인한 발병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1999년 7월 경기도 양주시 날염업체에 취업한 김씨는 2000년 갑자기 쓰러져 뇌경색 등의 진단을 받아 치료해 오다 2002년 7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냈으나 공단은 김씨가 과중한 업무를 했다고 볼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요양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고기복 사무국장은 “임금체불로 인한 스트레스 질병이 법원까지 간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며 “신분상 약점을 지닌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좋은 판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태 기자(tae@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4.04.28 11:4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