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는 살리고 노숙인은 죽이는 Hi-서울”
의료구호비 중단 철회 항의집회…의료급여 수급권 부여 촉구

5년여 전 공사장에서 일하다 떨어져 허리를 다쳤던 노숙인 나아무개씨(51)는 허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한달 반 동안 강남시립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얼마 전 퇴원했다. 그러나 치료를 받고 나서도 도저히 허리가 낫지 않아 다시 입원·치료를 받으려고 진료의뢰서까지 끊었으나 입원을 포기해야만 했다. 서울시가 최근 노숙인 의료구호비를 중단키로 하면서 진료받을 방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완전히 자포자기 상태다.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빈곤해결을위한사회연대(준)으로 이뤄진 ‘살인방침 철회 노숙인 건강권 확보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노숙인을 포함해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노숙인 건강권 확보를 위한 1차 항의의 날’ 집회를 갖고 서울시의 노숙인 의료구호비 중단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조성비가 53억원이고 복구비용만 1억3,000만원이라고 하는데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국고지원(8억원)을 포함해 1년에 12억원 되는 노숙인 의료구호비를 중단해 노숙인은 생명줄과도 같은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면서 “잔디는 살아도 노숙인은 죽으라는 얘기냐”며 서울시를 규탄했다. 이어 이들은 “노숙인에게 의료 문제는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노숙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 예산상의 이유로 의료이용을 제한하거나 줄이는 것은 사망과 같은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노숙인들이 즉각적인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지 않도록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당장에라도 추가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습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공동행동은 노숙인 의료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의료구호비 수급대책 마련은 물론 의료구호비를 현실화해야 하며, 노숙인들에게 의료급여 수급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노숙인들의 의료보호 체계로 공식 편입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주민등록 등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처리기준을 적극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공동행동은 이와 관련 매일 오후 무기한 항의 선전전과 야간에 시내거리 곳곳에서 시민과 노숙인을 대상으로 선전·서명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오는 17일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 20일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의 노숙인 의료구호비 중단 철회를 촉구할 예정이다.

연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