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타기 겁나시죠?
“알고 보면 운전사도 괴롭답니다”

노동과세계 제288호
김영재

장시간노동에도 ‘기아임금’…중노동에 ‘달리는 종합병원’

택시는 고급교통수단인가, 대중교통수단인가? 이 물음에 고개를 갸웃하며 답을 못하는 사이 택시는 가장 불편하고 위험한 교통수단이 됐다. 난폭·졸음운전, 바가지요금, 합승, 호객, 법규위반, 교통사고…. 택시노동자들에게 따라붙는 단골메뉴다. 무엇이 택시노동자들을 ‘인생의 막차를 모는 저승사자’로 만들고 있을까?
IMF 외환위기 뒤 택시업계는 실직자, 신용불량자들이 운전자로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100% 가동률을 자랑하며 베테랑 운전사를 골라 쓸 정도였다. 업계는 면허제라는 진입규제 장벽을 치고 사업자단체를 중심으로 담합해 요금인상, 나눠먹기식 증차와 함께 세금감면, 보조금 등 정부의 지원정책에 의존해 왔다. 업체간 서비스경쟁도 없는 조건에서 안정적 이윤을 얻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하지만 지금은 불경기에 따른 승객감소, 사납금인상 등 노동조건 악화로 운전사가 35%가량 부족한 상태다. 자본은 이 같은 택시노동시장 붕괴를 도급제·1인1차제 등 불법경영으로 피해가려 하고 있다.
민주택시연맹 기우식 기획국장은 “취업기피, 이직·퇴직자증가 등 인력난에 운휴차량이 늘고 경영이 악화되자 불법적이고 전근대적 경영방식과 폭력적 노무관리를 통한 단기이익에만 매달리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운전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택시노동자의 하루 노동시간은 11시간을 넘어 다른 산업보다 월평균 60∼70시간 더 일하고 있다. 반면 임금은 형편없다. 2002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시내버스 운전사가 월평균 170여만원, 철도기관사가 290여만원인데 비해 택시운전사는 67만원. 기아임금이라 불릴 만하다.
게다가 장시간노동은 택시운전사들을 만성질병으로 이끌고 있다. 야간운전, 휴식시간 부족, 불규칙한 식사, 긴장의 연속, 교통체증과 배기가스, 소음공해로 이들은 대부분 위장병, 신경성질환,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으며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근골격계질환에도 노출돼 있다. 과로에 따른 사망과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기도 한다.
이처럼 열악한 근무조건은 곧바로 승객의 안전을 위협한다. 회사택시의 교통사고율은 개인택시의 10배에 이르고, 서울지역의 경우 18배나 돼 택시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교통사고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우식 국장은 “정부가 진입장벽은 놔둔 채 규제완화, 노사자율 명목으로 경영투명성 확보와 운전사 처우개선을 외면하고 있다”며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서비스개선 없는 요금인상과 업계지원을 반복하는 한 택시의 고급교통수단화는 십수년 전에도 그랬듯이 멀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국민부담과 정책불신만 높여 택시의 사회적 기능은 더욱 황폐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김영재 momo1917 @ nodo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