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강한 처벌 담은 ‘장애인차별금지법안’ 발표
“장애 이유로 입학불허 불가”, “공공기관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화”
2004-05-25 오전 11:18:53
보건복지부는 노동자 3백인 이상 대형 사업장 장애인 대표기구 설치를 의무화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장애인 차별금지법 시안’을 만들어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관련 단체, 학계, 법조계 등을 상대로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정부가 마련한 이번 시안은 강한 처벌규정까지 담고 있어, 실천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복지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안 발표
보건복지부가 연세대 법대 전광석 교수팀에 의뢰해 마련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안’은 크게 ▲고용 ▲교육 ▲공공시설 및 교통수단 ▲ 행정 및 사법절차 등이다.
이번 시안은 먼저 장애인의 범주를 신체적-정신적 요인에 의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뿐아니라 사회 참여의 기회가 저해된 사람이나 장애의 위험이 있는 사람도 장애인으로 파악해 잠재적 장애인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용면에서 보면, 사업주는 장애인 노동자가 원할 경우 통상 휴가 외에 1주일의 특별유급휴가를 주도록 했다. 또 상시 근로자 3백인 이상 사업장에는 장애인 대표기구를 설치해, 장애인 근로자의 건의나 이의제기 등을 상담하고 사업주와 협의해 해결하는 역할을 하게 했다.
또 장애인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모든 학교는 장애인 교육에 필요한 교사를 배치하고 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 동사무소와 우체국 등 모든 관공서는 시-청각장애인이 인터넷을 통해 공공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음성 및 문자메시지 기능을 갖추도록 했으며, 청각-언어 장애인에게는 수화통역이나 의사소통 기구 및 보조인력 등의 제공을 의무화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밖에도 예식장, 대형 식당, 목용탕 등 공중이용시설이나 공공시설에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을 의무 설치토록 했으며, 민간방송은 시각 및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이나 문자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이행권고 위반시, 3년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
이번 시안은 강력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어 실천력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되는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는 장애인의 진정이 없어도 직권으로 차별행위를 조사하고, 관련자의 출석과 진술을 받을 수 있다. 위원회는 차별행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정을 할 수 있으며, 조정안은 ‘재판의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위원회의 조정에도 차별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기업-학교 등에 5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장애인 불편사항에 대한 진정을 방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며,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고발될 경우 최고 3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시안은 그간 ‘장애인복지법’이나 ‘특수교육진흥법’이 고용이나 교육 등에서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너무 포괄적이고 처벌조항이 없어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는 관계단체의 지적을 받은데 따라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번 안은 단지 ‘시안’에 불과해 당초 시안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확정될 지는 불투명하다. 재계나 학교 관리자 등의 반발이 벌써부터 일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국공사립 초중고교 교정협의회는 “장애학생을 교육할 수 있는 시설이나 특수교사 고용 등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교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재계도 고용 차별금지나 편의시설 미비 등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물리고 처벌하는 것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또한 엘리베이터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예식장 등 공중시설 업주들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공청회와 관계부처와의 협의 등을 거쳐 조만간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