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 또 청와대 앞에서 분신
한달만에 또 분신사태, 택시노동자의 극한 삶 반영
2004-06-17 오전 9:42:51
지난 5월에 이어 한달만에 또 한명의 택시노동자가 분신 자살을 기도했다.
16일 오후 7시10분 경 상신운수 택시노동자 이 모(36)씨가 청와대 55면회실 앞에서 내리면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했다. 이씨가 소지한 불에 타고 남을 쪽지에 ‘카드빚 연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분신을 시도한 이씨는 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노조연맹 소속 사업장인 상신운수 노동자로 곧 밝혀졌다.
이씨는 분신 직후 청와대 외곽 경비 근무자가 신속하게 대처해 2도화상에 그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씨는 곧바로 강북 삼성병원에 옮겨졌고, 다시 화상 전문 병원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8백만원의 카드빚을 지고 있었다. 이씨는 분신하기 직전인 오후 6시40분경 회사 동료와의 전화통화에서 “카드빚 때문에 집에 가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현재 부인과 이혼한 상태로, 어머니와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을 부양하고 있다.
임시운 전국택시노조연맹 정책부국장은 “이씨가 신용카드 빚 때문에 분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구조적으로 택시 사납금 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빚을 지고도 갚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씨의 분신은 지난 5월 정오교통 조경식씨 분신 이래 올해 들어 두번째 택시노동자 분신으로, 택시노동자들이 장기불황으로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씨가 분신장소로 청와대 앞을 택한 것은 “지금은 경제위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정권에 대한 강한 분노의 표출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김경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