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역 주변에서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도는 노숙자들 흔히 보실겁니다.

경기흐름이 안좋으면 노숙자가 늘어나기 마련인데, 최근에는 여성노숙자가 특히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최영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역 주변, 대낮에도 노숙자들이 모여듭니다.

길바닥에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 모습은 이미 일상화된 풍경입니다.

거리에서 끼니를 때우는 여성노숙자도 쉽게 눈에 띕니다.

한 여성은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피곤함을 삭입니다.

지난 2002년까지 노숙인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거나 신고한 노숙자 가운데 여성은 5.4%.

하지만 지난 1년동안 새로 등록된 여성노숙자 비율은 11%로 2배나 껑충 뛰었습니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생활고가 가중되면서 생긴 가정불화가 주된 원인입니다.

[인터뷰:여성노숙자]
“당장 나가 욕을 퍼붓고, 주먹으로 꼬집고, 때리고 .. 그래서 그냥 나가줄게..”

[인터뷰:정태효 목사, 내일의 집]
“빈곤이 폭력을 낳는거죠. 20,30대는 카드빚 때문에 남편이 빚을 잔뜩 지고 도주하고 없는 경우도 많고”

이처럼 집에서 내몰리게 되더라도 거리 노숙은 웬만하면 꺼립니다.

따라서 거리에 나와있는 여성노숙자는 50명에 1명꼴로 남성만큼 많지 않습니다.

거리 곳곳에서 성폭력과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늘어난 여성노숙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대부분 찜질방이나 쪽방 등지를 전전합니다.

그나마 여성노숙인 쉼터에 들어가는 경우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2년간 노숙생활을 하다 쉼터에 들어온 미화씨도 고통스럽던 기억을 털어놓습니다.

[인터뷰:여성노숙인]
“춥고,배고프고, 잠잘데 없고, 화장실에는 남자들 안오니까 일단 숨어 있었거든요. 지금은 편해요.”

하지만 전국 노숙인쉼터 120여곳 가운데 여성전용 쉼터는 단 8곳.

이 마저 잠시 머무르는 임시숙소일 뿐입니다.

[인터뷰:김기혜 소장, 수선화의 집]
“여성의 경우는 3~6개월 있다 나가야되는데 90%는 내몰면 갈 곳이 없어요.”

여성 노숙자는 점점 늘고 있지만 사회복지망 밖의 사각지대에서
갈 곳 없이 떠돌고 있습니다.

YTN 최영주[yjchoi@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