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학교’ 버려진 청소부

△ 최근 청소용역업체들로부터 일괄적으로 사표 제출을 요구받은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고용승계 보장, 노동시간 연장 반대 등을 요구하며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본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이종찬 기자

고대 청소용역 고용승계 촉구
“60만원 월급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제발 자르지는 말아주세요!”

25일 오후 박아무개(60·여)씨 등 150여명의 고려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공개적으로 ‘고용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50∼60대인 이들 아주머니·아저씨 노동자들은 이날 서울 안암동 고려대 본관 앞에서 연 집회에서 학교 쪽의 일방적인 용역계약 추진을 철회하고 고용승계 보장과 노동시간 연장 중단을 요구했다.

박씨는 “남편은 폐결핵으로 누워 있고 경제불황으로 아이들 취업도 되지 않아 65만원으로 4인 가족을 먹여살린다”며 “오늘 집회를 앞두고 며칠 잠을 못 이뤘는데, 이렇게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박씨는 용역업체에서 노동쟁의나 집단행동이 발생하면, 1년 뒤 맺어지는 재계약에서 실패하기 십상이고 결국 해고로 이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만큼 용기를 냈다.

박씨가 하루 11시간 노동해서 한달 받는 임금은 65만원. 법정 최저임금 57만원에 선지급되는 퇴직금 5만원과 연월차 수당을 합친 금액이다. 새벽 5시부터 하루 작업을 준비해 오후 4시까지 동료 4명과 함께 7층 건물을 청소한다. 한 사람당 평균 450∼500평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5개 업체중 2곳만 재계약
80여명·60살 이상 잘릴판
“뼈 부서져라 일했는데 제발…”

“쉬는 시간도 없이 유리창 닦아라, 잡초 뽑아라, 뼈가 부서질 정도로 일하는데, 60살 이상은 정리한다고 하니….”

5개 용역업체 노동자 200여명이 청소를 대행하던 고려대는 최근 심사를 거쳐 이 중 2개 업체를 선정했고 28일 재계약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용역계약서에 나머지 3개 업체 노동자 80여명에 대한 고용승계가 명시돼 있지 않고, 전체 노동자의 상당수인 60살 이상 고령 노동자를 정리하도록 한 조항이 포함돼 있어 학생들이 줄기차게 항의해 왔다. 게다가 학교 쪽의 ‘깨끗한 학교 만들기’ 방침에 따라 입찰과정에서 평일 야간과 일요일 근무까지 하겠다는 용역업체를 선정했지만, 이에 따른 인원확충 계획은 없는 상태다.

고려대 관계자는 “재계약되지 않은 나머지 3개 업체의 노동자를 승계하도록 업체에 구두로 요청했다”며 “고령 노동자에 대한 정리 요구는 늘상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늘어난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시간당 수당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인원확충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1999년부터 직접고용에서 용역업체로 전환해 학교 청소 작업을 해왔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사회진보연대 등 21개 단체는 이날 공동선언을 내어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일을 시키는 용역업체를 선정함으로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삶을 떨어드리고 있다”며 “나이에 상관없이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고려대에 항의 공문을 보내 “열악한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고용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