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소문 없이 죽어나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기아차 등 하청 노동자 잇단 감전사…“안전관리 시스템 구멍” 문제제기

연윤정 기자 의견보내기

산업재해로 인한 비정규노동자의 희생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일 창원 STX조선과 기아차에서 잇따라 2명의 비정규노동자가 근무 중 감전사를 당했다.

4일 밤 9시40분께 경남 진해 STX조선 선체조립공장에서 15미터 높이의 크레인 보수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소속 임아무개씨(34·광명기공)가 440볼트 고압에 감전돼 사망했다.

STX노조에 따르면 이날 임씨는 상부작업자와 하부작업자간 신호체계가 일치하지 않아 전기메인 스위치가 차단되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하다가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은 지난 5월에도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노동자 2명이 잇따라 희생돼 노동부 특별감독까지 받은 상태였다.

이에 앞서 기아차 소하리 도장공장에서 4일 오전 10시40분께 비정규노동자 조아무개씨(64·탑크린)가 리오 공조기 물빼기 작업을 하던 중 감전돼 현장에서 사망했다. 조씨는 옷에 물이 들어가 감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같은 날 밤 9시께 소하리공장 정규직인 양아무개씨(42·엔진구동부)가 산책을 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진 않았으나 노조는 산재사망 여부에 대해 적극 대처키로 했다.

기아차노조 한 관계자는 “노조는 두 사망사고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해 적극 대응키로 했다”며 “조씨의 사망에 대해서는 특히 원청과 협력업체와의 관리감독과 긴급조치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최근 증가하는 비정규노동자 산재사망에 대해 구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기아차 비정규현장투쟁단은 이날 “일요일에도 밤낮없이 이뤄지는 강제근로와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안전관리감독조차 없는 원-하청 자본의 무책임, 그리고 비정규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무관심이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 버렸다”며 △사측 책임자 처벌과 근본적 대책마련 △산안보건위 비정규노동자 참가 보장 등을 촉구했다.

노동건강연대 한 관계자는 “하청노동자가 잇따라 산재사망을 하는 것은 원-하청간 산업안전관리 책임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하청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을 원청에게도 사법적 책임을 묻는 등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