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일하다 다쳐도 산재보상 될까?
해외파견 특례규정 절차 밟아야…강제적용 못해 허점
윤여림 공인노무사
지난해 11월 이라크에서 미국회사의 하청을 받아 송전탑 공사를 하던 오무전기 소속 노동자 2명이 사망했고, 2명은 크게 부상을 입어 아직까지 치료중이다.
그러나 사고발생일로부터 8개월이 지났지만 부상을 당한 노동자는 아직까지 산재보험 혜택이나 회사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또한 고 김선일씨를 고용하여 사업을 운영하던 ‘가나무역’ 역시 국내법인이 아니라 카타르법인으로 돼 있어 산재보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재법에도 국외 사업 적용여부 규정 없어
비단 전쟁터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노동자들은 해외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데, 해외 근무시 다치거나 질병을 얻게 되었을 때 산재보험이 국내에서와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은 ‘이 법은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사업의 위험률 규모 및 사업 장소 등을 참작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은 그러하지 아니하다(산재법 제5조)’고 규정하고 있을 뿐 한국인이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외에서 행하는 사업까지 산재법의 적용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산재보험의 강제가입성 및 공공적 성격, 산재법 105조에 해외근재보험을 따로 정하고 있는 점, 산재법 105조의2에서 해외파견자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가입신청을 하여 승인을 얻은 경우에 비로소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근거로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행해지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특례규정에 의해 국외의 사업이나 해외파견자에 대해서도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해외파견자가 산재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특례규정(산재법 105조의2)에 따라 사업주(산재보험가입자)가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가입 신청을 하여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절차가 강제적용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주가 자발적으로 신청하여 승인을 받지 않으면 해외파견 노동자는 산재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해외출장’은 적용, ‘해외파견’은 별도 승인 거쳐야
그러나 동일하게 해외에서 근무하더라도 ‘해외파견’이 아니라 ‘해외출장’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신청이나 가입승인 절차가 없더라도 산재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해외파견자와 해외출장자의 구별은 해외체류기간의 장단에는 관계없이 그 노동자의 해외에 있어서의 노사관계의 형태에 따라 결정되는데 즉, 단순히 노동의 제공장소가 해외에 있을 뿐 국내 사업장에 소속되어 국내 사업장 사용자의 지휘에 따르는가, 아니면 해외 사업장에 소속되고 그 해외 사업장 사용자의 지휘에 따라 근무하는가 등 근무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된다.
보통 자사제품의 기술지도, 기계장치의 조작지도, 기계수리, 상업상담, 시찰, 기술습득 등의 목적일 경우에는 해외출장으로 인식되고, 반대로 노동자가 국내외 지점, 영업소, 공장 등 해외 사업소 주재원으로 나간 경우 또는 현지 기업, 합작회사의 조직일원으로 근무하는 경우 등은 해외파견으로 설명된다.
“국내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의 사업주와의 사이에 산재보험관계가 성립한 근로자가 국외에 파견되어 근무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근무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보았을 때 단순히 근로의 장소가 국외에 있는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국내의 사업에 소속하여 당해 사업의 사용자의 지휘에 따라 근무하는 경우라면 국내사업의 사업주와의 사이에 성립한 산재보험관계가 여전히 유지되므로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대법원2000.10.24 선고 98두18503판결)”
결론적으로 현행 판례와 행정해석에 따르면 산재법은 국외에서 행하는 사업과 해외파견노동자에게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다만 ‘해외출장’으로 인정될 경우에 한하여 산재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동 등 위험지역에 파견 나가 있는 노동자들의 재해보상 문제는 사업주들의 능력 및 의지에 따라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인데 국내보다 훨씬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 채 오지에 가서 땀 흘리며 외화를 획득하는 해외파견노동자들이 최소한 산재보험 이상의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상담문의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02)376-0001, www.workingvoice.net
기사입력시간 : 2004.07.08 14: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