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유해 화학물질, 한국인에게 최다 검출”
프라이팬-1회용 음식용기 등에서 나와, 국내대책은 전무

2004-07-19 오후 1:08:39

‘음식이 눌어붙지 않는’ 테플론(Teflon) 코팅 프라이팬이나 1회용 음식용기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 PFOA(perfluorooctanoic acid)의 혈중잔류농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인에게서 가장 많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가 유해물질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음이 입증됐다.

“유해 물질 PFOA 혈중잔류농도 한국인이 가장 높아”

대구가톨릭의대 양재호 교수는 “최근 미국 뉴욕대와 공동으로 세계 9개 국가 12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유해 과불화(過弗化) 화합물의 일종인 PFOA의 혈중 잔류 농도를 조사한 결과 대구 시민에게서 가장 많이 검출됐다”고 19일 밝혔다.

양재호 교수에 따르면, 2003년 7월 대구지역 남녀 각 25명을 대상으로 혈청을 분석한 결과 PFOA의 잔류농도가 여성은 평균 88.1ppb(ppb=1000분의 1ppm)로 외국의 3~30배나 됐다. 남성은 평균 35.5ppb로 미국 켄터키주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미국 미시간주는 남녀의 혈중 잔류농도가 각각 5.7ppb, 4.7ppb였고, 일본은 각각 6.8ppb, 12.3ppb로 나타났다. 비교적 높게 나타난 폴란드에서는 남녀 20.5ppb, 21.9ppb씩 검출됐다.

특히 여성의 경우 최대치가 256ppb에 이르러 직업적으로 노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았다. 이렇게 여성에게 PFOA 수치가 높은 것은 주방에서 PFOA가 함유된 주방 용기 등을 많이 다루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노인층보다 20~30대 젊은층의 오염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패스트푸드를 담는 1회용 음식용기 사용 등 외식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직업적으로 PFOA에 노출될 경우 그 잔류농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PFOA가 다량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적으로 PFOA를 생산하는 미국의 공장 근로자의 경우 8만1300ppb까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PFOA는 프라이팬의 테플론 코팅 재료, 종이컵 등 1회용 음식용기의 코팅 재료, 전자재품의 코팅 마감재, 화장품ㆍ샴푸 등에 널리 쓰이는 유해 화학 물질이다. ⓒ프레시안

“PFOA, 프라이팬, 종이컵, 화장품ㆍ샴프 등에 포함돼”

이번에 한국인에게 다량 포함된 것으로 검출된 PFOA는 프라이팬의 테플론 코팅 재료, 종이컵 등 1회용 음식용기의 코팅 재료, 전자재품의 코팅 마감재, 화장품ㆍ샴푸 등에 널리 쓰이는 화학 물질이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세척 작업에도 다량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PFOA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환경 오염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이 물질을 개발한 3M이 쥐를 이용해 동물실험을 한 결과, PFOA는 기형을 유발하고 간 독성을 나타내며 성적인 발달을 지연시키는 ‘환경 호르몬’으로도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음식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잘 배출되지 않고 축적된다. 이에 따라 학자들은 인체에 다량 축적될 경우에 간암과 태아 기형, 뇌세포와 신경 기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유해성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해부터 PFOA의 독성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세계적인 화학회사 듀폰이 PFOA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환경보호청에 의해 고발돼 최대 3억달러(약 3천6백억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는 사실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3M은 지난해부터 이 물질에 대한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PFOA에 광범위하게 노출된 것을 말해준 것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 PFOA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중 하나지만 그 대책은 전혀 없는 상태이다.

양재호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를 오는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환경 분야 유명 학술지인 미국의 ‘환경과학기술(ES&T)’에 미국팀과 공동 명의로 게재할 예정이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