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자 밥줄 쥐고 뒷짐 진 포스코
김경란 기자 의견보내기
조합원 4,700명이 2주일 이상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플랜트노조협의회의 핵심 요구는 전기, 용접, 배관 등 직종별 임금 하한제(직종별로 최저단가를 설정하는 것)로 결정되던 임금을 단일한 ‘생활임금’으로 묶자는 것이다.
기존 직종별 임금 하한제가 오히려 다른 직종까지 하향 평준화시키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어느 한 직종의 단종업체들이 담합해서 교섭에 나서지 않을 경우 공동 타결에 애를 먹기도 했기 때문이다.
현재 플랜트노조들이 요구하고 있는 일당은 광양의 전남동부건설노조가 11만5천원, 포철공단의 포항건설노조가 11만8천원이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단종업체들과 노조가 두 달이 넘게 임단협 교섭을 했지만 업체들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금액은 8만1천~8만3천원 선이었다.
업체들은 “공사 실행단가가 지속적으로 삭감되고 있어서 어렵다”며 완강하게 ‘동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노조에 따르면 심지어 시공업체인 포스코건설조차도 “발주금액 자체가 낮기 때문에 어렵다”며 “포스코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지금처럼 7만8,500원을 받으면, 일을 하지 못하는 우기와 동절기를 제외하고 따질 경우 연봉이 1,700만원에 불과해 평균 46세를 넘긴 가장들이 생계를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의 투쟁은 임금을 인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투쟁인 것이다.
해결책은 명확했다. 사실상 광양·포항제철의 대부분 물량을 발주하고 있는 포스코에,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인 건설일용노동자들에게 최소한 생계를 꾸릴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 공사 발주 단가를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부에 대해서도, 포스코가 매년 저가 입찰로 하청업체 간의 경쟁을 유도해 공사 금액을 깎아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열악해지고 있으니 시정해 달라고 촉구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업체들이 포스코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1조9,806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올 상반기에만 1조6천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게다가 포스코는 매년 순이익 증가율이 60~70%에 달한다. 그런데 포스코는 98년 이전에는 설계가의 95% 선에서 발주를 해왔으나, 현재는 설계가의 77% 선에서 발주를 하고 있다.
또 시공업체인 포스코건설에서는 공사금액에서 20% 이상을 삭감해 재산정하고, 삭감된 공사금액의 82%선에서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저가도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산업연맹은 “저가 하도급은, 공사비를 줄이려는 단종업체에 고용된 건설노동자의 저임금으로 직결돼 생존권 문제에 직면하게 한다. 국민연금조차 내지 못해 재산이 가압류되는 상황까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포스코 노경협의회는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청년실업의 해소와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데 동참하기 위해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스코 노동자들은 몇 년 임금을 동결하고도 평균 연봉이 5,160만원을 받고 있지만 하청 건설일용노동자들은 연봉 1,700여만원을 받는다. 진정 포스코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면 멀리 볼 것도 없이 건설플랜트노동자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