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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정부는 하루빨리 석면 문제 해결을 위한 총체적 대책을 마련하라

석면은 20세기 내내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인 허가된 살인 도구이다. 1960년대부터 이 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경고가 울려퍼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탐욕은 과학자의 외침에 재갈을 물렸고, 각국의 정부는 기업의 회유와 협박에 굴복했다. 유럽연합은 결국 지난 2005년 1월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지만 그것은 너무 늦은 대응이었다. 유럽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유럽에서만 매년 수만 명 이상이 석면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유럽에서만 2030년까지 50만 명 이상이 석면으로 인해 생긴 암 때문에 사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형편이다. 석면은 건축 자재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피해는 석면 광산이나 공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일반 시민에게까지 미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193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전국에 걸쳐 석면광산이 개발되어 석면을 생산하였다. 그 이후로는 사용된 석면의 전량을 수입하였다. 석면 원자재의 수입은 1992년을 기점으로 감소하였으나, 석면시멘트나 석면섬유 제품 등 석면 함유 제품의 수입은 계속 증가하였다. 따라서 최근까지 일반 건축물에 광범위하게 석면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대응은 너무도 안이하다. 정부는 일본에서 2005년 소위 ‘구보타 파동’으로 불리는 석면 피해자 집단 발생이 있자 부랴부랴 관련 제도를 정비하려 나섰으나 아직도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석면함유제품 중 건축용 석면시멘트제품과 자동차용 석면마찰제품 수입을 2007년부터 금지하긴 하였으나, 아직까지 모든 석면제품의 수입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석면가스켓제품이나 석면방직포제품 등은 수입이 금지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러한 제품도 ‘09년까지는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 살인 도구임이 명확한 석면 함유 제품의 수입 금지를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

석면 함유 건축물에 대한 관리 및 건축물 해체시 석면 관리 등 기존에 사용된 석면을 안전하게 폐기하는 정책 역시 엉성하기 그지없다. 최근 매년 이와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안이하고 부실하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하루빨리 전국적으로 건축물에 포함되어 있는 석면 함유 실태를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정부는 그 책임을 이곳저곳으로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석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대책은 더욱 부실하다. 현재 석면으로 인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체계는 산업재해보상보험밖에 없다. 그런데 이는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는 보상 체계이다. 나이가 들어 퇴직한 노동자들이나 노동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 석면으로 인한 질병에 걸렸을 때,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길은 손해배상소송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손해배상소송은 피고를 명확히 하기 힘들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석면 생산 공장이나 수입 회사가 현재 파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석면에 의한 건강 피해의 특성상, 노출된 이후 30-40년이 지난 후 질병이 발병하기 때문에 산재보험에 의한 보상을 받을 대상이 매우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대책도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도 조만간에 매년 100명 이상의 환자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국도 크나큰 사회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는 다가올 사회 혼란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뿐 아니라, 아무런 이유 없이 질병에 걸려 죽게 될 죄 없는 환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란 차원에서도 하루빨리 준비되어야 한다. 한국도 2010년 이후부터는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현재 급격히 사용량이 늘어가고 있는 아시아의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중국, 인도, 태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의 지역에서 급격하게 석면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은 이들 나라에서 건설 공사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기업은 이들 나라의 건설 공사에서 석면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아시아 민중이 한국 기업의 탐욕에 희생되어서는 안된다.

지난 20세기 내내 기업의 탐욕과 그 탐욕에 놀아난 각국의 정부 때문에 석면은 허가된 살인 도구로서 전세계 민중들을 죽여 왔다. 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석면의 유해성이 이미 입증된 1990년대에도 석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비극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한국도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2010년 이후부터 석면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게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하루빨리 더 이상의 모든 석면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추가적인 석면 노출이 없도록 석면 함유 건축물과 폐기물 관리를 안전하게 하여야 한다. 더불어 아무 죄 없이 죽게 된 희생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이미 발생한 희생자들에게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2007.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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