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근골격계’ 미조사 사업주 고발
현대삼호중공업 등 128개 업체 유해요인 조사 안해…“9.8%만 법 준수” 문제 심각
김소연 기자
민주노총(위원장 이수호)이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하지 않은 현대삼호중공업 등 128개 사업장 사업주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30일 노동부에 고발했다.
지난 2002년 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1인이상 사업장에서는 올 6월30일까지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 최초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토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지난 12일부터 2주간 총 6개 업종 764개 사업장(금속 245, 보건 127개, 화학섬유 133개, 택시 196개, 서비스 57개, 공공 6개)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한 결과, 75개 사업장인 9.8%만이 법적 의무를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법위반 사업장 가운데 128개 업체를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사업주 의무), 제19조(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제24조(보건상의 조치),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장(근골격계 부담작업으로 인한 건강장해의 예방) 등을 지키지 않았다며 우선 고발하고 정부의 법 집행 의지를 확인했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고발장에서 “유해요인 조사를 기간 내 실시하지 않는 등 사업주의 안전의식 결여와 산재예방을 위한 의지가 희박함으로 인해 현대삼호중공업 등 상기 피고발인 128개 각 사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통 받는 작업자가 늘고 있다”며 “그런데도 사업주는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한 기본적 의무조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은 사업주들이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조태상 민주노총 산업안전부장은 “이같은 결과는 이미 예견됐다”며 “정부가 근골격계 질환을 발생시키는 작업이 고작 11개 작업에 한정되는 것으로 규정해 사실상 예방제도를 껍데기로 만들어 버렸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사업주들이 자신의 사업장이 정부가 고시한 11개 부담 작업에 해당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유해요인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사업장에서 근골격계 질환자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미실시 사업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제도 이행 촉구를 위한 감독강화 △노동부의 근골격계 부담 작업 범위 고시 즉각 폐지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유해요인 조사 실태에 대한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제도시행이 초기인 만큼,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는 것은 인정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어떤 사업장이 자체 유해요인조사 통해 이상이 없다고 나왔는데 (지도점검 결과) 나중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것은 전적으로 사업주가 책임지게 될 것”이라며 “또 해당 사업장이 워낙 많은 만큼, 전부 다 지도감독을 할 수 없어 제본업 등 근골격계 다수 발생 6개 업종과 300인 이상 사업장은 우선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판정받은 노동자는 지난 99년 190명에서 2000년 1,009명, 2001년 1,598명, 2002년 1,827명, 2003년 4,523명 등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