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리봉1동에 세계 최초의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이 개원했다.

지난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면서 동남아, 중국 등 외국인들에게 ‘잘사는 나라’라고 각인된 이미지 때문에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한국에 왔다. 어쨌든 현재 돈을 벌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수는 전국에 걸쳐 50만명에 이르고 있다.

그 동안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로서 산업재해, 질병, 성폭행, 사망 등의 고통을 당해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나마 공장이 밀집된 서울 구로, 경기 성남과 안산 원곡동, 경기 광주와 양주 등 수도권 지역은 목회자 주도로 운영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이나 ‘중국동포의 집’이 수년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 인권운동 차원에서 이들 보호에 나서고 있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예산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 치료 등을 위한 보호시설물들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외국인 산재환자나 질병 등 치료는 속수무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병원근처도 못 간데다 설령 일반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일반수가로 치료비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렇기 때문에 최근 개원된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은 이들에게 상당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병원은 질병을 앓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희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을 받는 이 병원은 X-ray, 초음파, 위 내시경 촬영 등 웬만한 의료장비는 다 구비돼 있고, 내·외과와 정형외과, 치과, 안과, 가정의학과 등 10여 개 진료과가 개설돼 있다. 물론 방사선 기사, 임상병리기사, 원무과 직원, 관리자 등 20여 명의 정식 직원과 자원봉사 의료진과 통역사 그리고 일반봉사자 등 자원봉사자들이 의기투합해 환자들을 돕고 있다.

지난달 22일 오후 병원 개원식 때 우리나라 각계의 축화화분과 축하전문 그리고 관심을 나타내는 내외신 기자들의 취재열기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개원 이후 사흘간 150여 명의 외국인 노동환자가 다녀갔다. 1일 평균 50여 명의 외국인 환자가 치료를 받은 셈.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의 개원은 단연 추진위원장인 김해성(44) 목사와 최근까지 방배동에서 소아과를 직접 운영했던 이완주(60) 원장의 힘이 컸다.

이들은 평소 외국인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써 두 사람의 노력은 상상치 못했던 외국인 전용병원을 현실화시키는데 가장 큰 힘이 됐다. 특히 한신교회와 한라건설의 경제적 도움은 절대적이었고 여기에 의료진이 결합함으로써 세계 최초의 ‘외국인노동자전용병원’이 세워진 것이다.

30병상의 입원실도 마련된 이 병원은 외국인 및 중국동포를 위한 병원이다. 의료보험 제외 대상자인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보험수가보다 낮은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할 형편에 있는 환자들은 사회복지사의 면담을 통해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한국어가 서투른 외국인 환자들을 위해 통역을 배치해 정확한 진료를 해주고 있다.

이 병원 특징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이 퇴근 후 시간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배려를 했다는 것이다. 평일은 오후1시부터 9시까지 병원 문을 열며 휴일과 주일은 오후1시부터 6시까지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 전화번호 02-863-6622

/김철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