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합 기획부장 변혜진씨가 인권하루소식에 쓴 글입니다.)

시민들의 집단발병, 왜 방치하고 있는가. – 인권의 사각지역,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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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흔히 프랑스대혁명이나 영국의 권리장전이 사회구성원 전체에게 동일한 시민권을 부여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 당시 시민권을 획득한 것은 소수의 부르주아지였을 뿐‘나머지 시민들’의 시민권은 이후의 많은 투쟁을 통해 획득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역시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받지 못하는 영역은 무수히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노동자 건강권’이다.

대우조선에서 작년 말에 실시한 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248명이 근골격계 직업병 유소견자로 판명되었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알려진 근골격계 질환이란 팔다리 허리, 목, 어깨가 아프고 결리는 등의 관절, 뼈, 인대의 질병을 통칭하여 사용되는 용어이다.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은 작업자세에 따라 우리 몸 다양한 부위에 올 수 있으며, 이미 알려진 질병명도 50여가지가 넘는다. 근골격계 질환은 직장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걸릴 수 있는 질병이며,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 작업장 안전기준 후퇴 등에 의해 최근 더더욱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직업병이다. 그러나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하여 진행되는 일련의 싸움들은 어느사이 어떤 ‘공장’안에서만 ‘특이하게’ 발생하는 병으로 우리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 한 동네에서 248명의 시민이 동일한 질병을 호소하며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언론과 뉴스는 적지 않은 비중으로 이를 보도할 것이고 정부는 이들에게 만연한 ‘공통의 병’에 대해 의무적으로 검진을 시행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재해와 직업병과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얻게 되는 산재나 직업병은 개인의 부주의로 돌려지고 이들의 건강권을 위한 투쟁은 시민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채 몇 몇의 고립된 투쟁으로만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시말해 건강권을 비롯한 제반의 권리싸움에 있어 노동자는 대한민국의 시민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누구나 건강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보장한다. 그러나 대우조선과 더불어 여전히 일터에서 얻어지는 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경우 헌법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의 질병을 작업장에서 획득하는 직업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개인이 부주의함으로 인해 건강을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개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그러나 시민인 노동자들의 불건강은 개별적인 노동자가 건강을 돌보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작업장의 환경이 유해하거나 지나친 노동강도로 인해 발생하는, 순전히 ‘노동을 함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질병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 8-9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고, 한달에 300여명의 시민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산업재해로 건강을 잃고 있다. 사회적 환경이 야기시킨 불건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노동자들의 산재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노동자건강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사회적 문제로서의 건강문제 인식과 해결은 그 시작도 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보건의료단체연합 활동가 변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