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실 비관’ 자살교사, 공무재해 인정

연합뉴스

교육 현실을 비관하다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등학교 교사에 대해 법원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창석 부장판사)는 19일 휴직 중 재작년 자살한 조모(당시 43세)교사의 유가족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조씨는 숨지기 1년전 학생 자치회 회장 선거에서 자신이 가르치던 C양이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원만한 지도력을 갖췄다고 판단, 자치회 부회장 후보로 추천했으나 학교측은 C양이 중학교 재학 당시 가출 경력이 있고 부모가 이혼했다는 이유로 조씨에게 후보 사퇴를 종용했다.

조씨는 ‘부모의 이혼에 따른 충격으로 가출했던 것을 학생에게 책임을 물어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맞섰지만 결국 C양은 후보에서 사퇴했고 소모임 인터넷 게시판에 전후 사정을 설명하는 글을 올려 징계까지 받았다.

조씨는 예민한 청소년기에 과거의 상처를 건드렸다는 자책감과 교육 현실에 대한 좌절감 등을 견디지 못해 다른 교사들과의 관계도 틀어지게 됐고 결국 휴직계를 낸 뒤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 4개월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이 교사 임용전 노이로제로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지만 이후 교사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해 오고 표창까지 받았던 점을 보면 교육 현실에 대한 좌절감과 자책감, 스트레스가 자살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서울=이광철 기자) gcmoon@yna.co.kr

기사입력시간 : 2004.08.19 07:32:49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