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54일째 파업으로 기업이미지 손상
노조측, “80%이상이 직업병, 저임금 장시간 노동” 주장

2004-08-27 오후 7:04:43

국내의 간판급 유기농 식품기업임을 자부하는 (주) 풀무원이 소속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혹사하면서 54일 동안 파업을 방치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민주노동당까지도 27일 현재 노사관계 정상화와 장기 파업사태 조기수습을 위해 발벗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노조, “매출액 6천억원의 풀무원, 소속 노동자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방치”주장

(주)풀무원 노조(의령, 춘천)는 지난 7월6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이래 현재까지 54일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지난 7월22일 노무법인에 교섭을 위임하고 8월23일 직장패쇄를 단행해 노사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주)풀무원은 국내 대표적인 식품업체로 1981년 농산물 직판장으로 시작, 현재 1백78개의 자회사 20여개의 관계회사를 비롯 총 자본금이 1천3백23억을 가진 기업으로 매년 6천억원의 매출액을 내고 있는 대기업이다. 더구나 (주)풀무원은 ‘환경친화’, ‘생명존중’ 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돼 있어 식품분야 국내 최고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기업이다.

하지만 이런 외양과 달리 (주)풀무원은 소속 노동자들에게 지나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노동자들의 건강을 외면해 왔던 것이 54일이라는 장기파업의 바탕이 됐다.

풀무원 노조는 “극심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처해있다”며 주 5일 주40시간 근무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일요일 휴무없이 장시간 노동에도 10년 근속자가 기본급 85만원 수준, 10년차 1급 남성기술자가 기본급 월 88만원에 불과하다. 또 평균 하루 16~18시간의 장시간 노동과 함께 연중 무휴 방침으로 인해 일요일 근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또한 노조에 따르면 풀무원 노동자 80%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은 요통이나 어깨 결림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며 단순반복작업, 부적절한 자세, 중량물의 취급 등이 발병 원인으로 알려진 병으로 최근 근로복지공단에서 직업병으로 판단한 바 있다. 이에 풀무원 노조는 이번 단체협상 요구안 중 최우선적으로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치료를 위해 매년 종합 검진비 70%보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과다한 요구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 “노조 주장 이유 없다” 입장 고수

사측은 이같은 노조 주장에 대해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먼저 사측은 노조의 근골격계 질환 관련 주장에 대해 “근골격계 질환은 개인적 요인이나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도 있는 질병이고, 근골격계 질환을 판단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설문조사는 진위 여부를 판별하기 쉽지 않다”고 근골격계 질환자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사측은 근골격계질환의 예방을 위해 “건강증진실을 설치하고, 작업중 스트레칭 체조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노조의 장시간 노동 주장에 대해서도 “생식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아 일일 주문 생산체제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신선하고 안전한 제품을 공급해야 하므로 연중 무휴개념의 생산체제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주중에 1일을 본인이 지정한 날에 휴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노조의 장시간 노동 주장을 반박했다.

또 사측은 저임금 주장에 대해서도 “임금은 기본급 이외에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포함하면 생산직원의 경우 남녀평균 2천1백40만원”이라며 노조의 저임금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역시민단체-민주노동당, “풀무원, 노조의 소박한 요구 회피 말라”

이처럼 사태가 장기화하자, 춘천·의령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풀무원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잇따라 구성하며 사태해결을 위해 나섰다.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도 성명을 통해 풀무원의 조속한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25일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된 ‘풀무원 노사관계의 정상화와 장기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는 “바른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하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27일에는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풀무원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도 “노조의 요구는 10년동안 쉬지 못했던 일요일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라며, 기계가 망가지면 고쳐 쓰듯이 노동자의 몸이 산업재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건강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며 “사측이 단체교섭에 전향적으로 임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장기파업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지역 일간지에 대한 광고, ▲서명운동, ▲대형마트 앞에서의 선전전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민주노동당 노동위원회도 27일 성명을 통해 “주)풀무원은 1981년 농산물 직판장으로 시작해 현재 178개의 자회사와 20여 개의 관계회사, 자본금 258억 자본잉여금 312억 이익잉여금 771억 등 현 자본금 1,323억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그러나 풀무원의 성장은 10년차 1급 남성기술자가 월 88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40도가 넘는 고온의 열악한 작업장 환경, 노동탄압 등 전근적인 노사관계를 기본으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어 “민주노동당 노동위원회는 ‘일요일에 쉬고 싶다’는 풀무원 노동자의 10년만의 절박한 요구와 질병에 대한 의료비 지원, 호봉제 도입 등 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사측이 진지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기를 촉구한다”며 풀무원이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구체적 행동에 들어갈 것임을 경고했다.

“기업의 이미지가 생명”인 시대에 과연 풀무원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김경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