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 올들어 10여명 과로사
증권노조 “과당경쟁이 죽음으로 내몰았다”
김미영 기자
지난달 24일 H증권회사 직원이 과로사로 사내에서 사망한 데 이어 30일 오전에도 한 대형증권사 인천지역 지점장이 출근길에 과로로 쓰러져 숨졌다. 2일 사무금융연맹 증권업종본부(본부장 이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과로와 자살 등으로 사망한 증권노동자들은 10여명에 이른다.
본부는 잇따른 증권사 직원의 사망원인이 ‘과당경쟁을 야기한 정부의 잘못된 증권정책’과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요구하는 증권사의 근로조건’에 있다고 지적했다.
본부는 정부가 1999년 증권사 설립 기준을 완화해 증권사의 난립과 ‘제살 깍아먹기식’ 수수료 인하 전쟁 등 과당 경쟁을 불러일으키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증권사들이 법적으로 금지된 약정을 강요하거나 지점폐쇄, 인력구조조정을 실시해 증권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살인적 수준으로 높여버렸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증권시장의 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증권노동자들이 빚더미에 나앉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린다고 본부는 주장했다.
증권계에 따르면 “현재 일부 대형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 영업직은 매우 낮은 수준의 고정급에 약정 등 영업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더하는 철저한 성과급체제를 따르고 있어 거래 부진과 오프라인 영업 위축이 곧바로 생활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증권노조(위원장 이정원)에 따르면 D증권사의 경우 사원급과 대리급에게 각각 월 180만원, 250만원 정도의 고정급을 책정하고 있으나 실적이 부진한 15%의 영업직원에게는 월 100만원만을 지급하고 있다. 올 초 대형 증권사의 한 영업부 대리는 약정 실적을 올리기 위해 많은 빚을 져 끝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다.
또한 구조조정 바람도 거세다. 증권사 한 관계자에 따르면, 증권업 종사자 수는 매년 급감하고 있다. 일례로 협회에 등록된 투자상담사가 2002년 4월에는 2,247명이었는데, 최근 1,100명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불과 2년여 만에 절반이나 줄어든 셈이다.
이에 증권업종본부는 “증권사업제도 개선과 반노동자적인 현재의 근로조건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본부는 이를 위해 “노사정이 참여하는 증권산업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해 거래수수료 인하와 증권사 설립규제 방안 마련 등이 증권거래법에 담겨질 수 있도록 논의할 것”을 적극 제안했다.
기사입력시간 : 2004.09.03 11:4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