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노동자도 아닌 게 어디서…”
“근로자 아니다” 이유 들어 학습지교사 산재 불인정, 관련단체 반발
김경란 기자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4월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고 이정현 교사와, 6월
수업 중 뇌출혈로 쓰러진 황순길 교사의 산재승인 신청을 거부했다.
공단은 황순길 교사에 대해 “학습지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어서 해당사항이
없다”이유로 산재요양급여 신청을 거부했다.
또 고 이정현 교사의 어머니가 신청한 유족급여와 장례비용 신청에 대해서도
노동자성 불인정을 근거로 지급을 거부했다.
▲ 지난 7월16일 학습지교사권리찾기운동본부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고
있다. 황순길 교사의 부인과 고 이정현 교사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공단은 고 이정현 교사의 죽음에 대해 “설사 근로자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과로사로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공단은 “이 교사의 사망 직전 3개월간
관리과목이 평균 196과목으로 1일 5~7시간 근무를 했고, 사망 직전인 4월 15일이
휴일인 점을 감안 과로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철호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웅진지부장은 “노동자성을 부정하면서
노동시간까지 따져가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정연 교사의 사망은 과로뿐만이 아니라 휴회홀딩 등 회사의 부당영업에 의한
스트레스 역시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누차 강조 했는데도 공단은 이를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동건강연대 등 관련단체들도 9일 성명을 통해 “학습지교사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은 굴뚝산업 시대의 노동자만을 생각한 법원의 시대착오적인 판결에
불과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존재이유는 실질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인지
가려서 해당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보험적용을 해나가야 하는데도 형식적인 법
논리에 갇혀 보호가 필요한 비정규노동자들을 내쫓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변도 6일 성명을 통해 “학습지교사는 사용 종속성이 명확한 노동자다”며
“이정연 교사의 경우 부당영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월18일 서울고등법원은 학습지교사와 유사한 위탁계약을 맺고 있던
정수기용역기사가 산재보험료 납부를 거부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회사가 경제적 사회적 책임을 피하려고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용역기사들의 현실에 비춰볼 때, 근로관계 종속성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기사입력시간 : 2004.09.10 09:2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