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십수개의 사회단체들이 모여 최근 5년간의 한국 사회권 실태를 정리했다.
한국이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조약을 비준하고, 사회권위원회에 가입하면서 5년에 한번씩 받아야하는 자국의 인권실태조사에 정부가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것이 현실을 왜곡하는 부분들이 많아 사회단체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연히 보고서의 내용은 IMF 이후 후퇴하고 있는 사회권 실태에 집중되었다.

여기에서 한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 단체에서 파견된 집필자들이 초안을 써서 같이 공유하는 회의를 했다. 각자 사회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를 정리해서 발표했다. 그런데, IMF 경제위기를 전후해 가장 큰 후퇴를 보인 부분은 여성도, 장애인도, 문화도, 의료도 아닌 노동, 그중에서도 노동자 건강 부분이었다. 아시다시피 80년대 초반 이후 완만하게,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재해율이 99년부터 몇년간 급격한 반등을 보이지 않았던가? 의료운동 쪽에서 왔었던 사람의 말. “의료 일반에서는, 경제위기로 일부 정책이 단기간에 바뀔 수는 있어도, 건강수준이 단기간에 그렇게 변하지는 않습니다.” 나도 놀라웠다. IMF를 전후로 한 사회적 변화가 산재, 직업병에 이렇게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당시 행정규제기본법으로 깔린 멍석에서 사업주들은 노동자건강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았고, 사업장의 안전보건체계는 그나마도 무너지고 있었다.

산재, 직업병의 급격한 증가는 그 특성에도 기인하지만, 아무래도 노동자들의 사회적 조건, 경제논리에 가장 취약한 노동자 건강의 조건을 보여주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이 안되었다. 꾸준히 감소하던 재해율이 98년 0.68%에서 99년 0.74%로, 사망만인율은 2.92에서 3.08로 일년만에 무려 7-8%가 재증가 한 현상을 그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오늘 몇가지 자료를 찾다가 노동부가 올해 2월까지의 산재통계를 정리한 자료를 봤다. 전년에 비해 재해자는 36%(4,087명), 사망자는 30%(95명) 증가했다고 한다. (지금쯤이면 4월정도까지의 산태통계는 발표되어야하는데 2월 이후 자료는 올라오지 않아 알 수 없다.) 물론 예년에도 월별로 산재발생이 조금씩의 변화를 보이기도 하므로 겨우 올해 두달의 재해통계만 가지고 전반적인 노동자 건강 상태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98년 이후 증가하던 재해율이 처음으로 그 증가세를 멈추고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고 자랑스럽게 2002년 재해통계를 발표한지가 바로 엊그제지 않은가? 게다가 최근 ‘경제 위기’란 말이 자주 들리고, 경총과 전경련은 ‘근골격계 예방 법제화하면 기업할 수가 없다’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경제가 어려우면 제일 먼저 공격당했던 노동자 건강이 갑자기 생각났다.
급격한 증가율을 보이는 2003년 2월 산재통계를 보면서, 노동현장의 움직임은 어떤지,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어떤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