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 선생님의 의견 매우 고맙습니다.

사실 저도 확고한 제 의견이 있는 것은 아니며, 단지 몇 가지 현안을 고민하면서 언젠가는 한번 집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기 때문에 의견을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야기하면서 실제 저의 고민도 좀 더 구체화되는 것 같습니다.

고민이 되는 것들을 나열하면 우선 노사의 관계에 대한 의견입니다. 노사가 현재 적대적인 것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일반적인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 차원에서 노사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우리 사회의 위계질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위계질서가 매우 수직적이며 경직되어 있다는 점에서 노사관계가 수직적이며 경직되어 있어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의사소통을 하려면 적대적인 관계가 되기 쉽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업주가 폭압적이고 전근대적이라고 하는 판단의 근거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수직적 위계질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한편 다른 면에서 적대적인 관계는 노사관계가 일정부분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도 이해관계를 다투는 관계라는 점입니다. 즉 우리 사회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다른 권력관계와 맞닿아 있으며 우리사회에서 삶의 가치가 많은 점에서 획일적으로 경제적 가치로만 재단되고 있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승자와 패자 내지는 좋은 것을 차지하는 사람과 빼앗기는 사람으로 나뉘어 지는 관계로 zero sum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이를 키워서 비율은 다를지라도 각자가 갖고 있는 절대적인 몫을 키우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지만, 한 사회에서의 권력관계는 상대적인 순위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적대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노사관계를 이와 같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차원으로 나누어 보았을 때, 수직적 인간관계가 초래하는 문제는 일정 부분 방법적이고 절차상의 문제에 속하는 것이며, 대립적 이해관계가 초래하는 문제는 일정 부분 내용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속하는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수직적 위계질서로부터 비롯되는 노사관계의 문제가 해결되어 서로 대등하게 된다면, 내용상 적대적인 관계가 해소되고 서로 협조할 수 있는 관계로 바뀔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저는 일정부분 남녀관계 또한 노사관계와 어느 정도 같은 차원에서 견주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남녀관계에 있어서도 가부장적인 질서에서 강요되는 수직적인 인간관계가 있으며, 한편으로 같이 공동생활을 하는데 있어 내용적으로 한 쪽에서 가사일을 담당하면 다른 쪽에서 가사일로부터 해방되는 내지는 어느 누가 담당하더라도 결국 해결되어야 할 가사일의 양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할 것입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남녀관계에서는 단선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만이 최종적인 잣대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며 한 쪽에서 경제적 육체적 부담을 더 진다고 하더라도 다른 의미로 내지는 다른 잣대에 비추어 보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것입니다. 한편 노사관계에서는 노사 이외에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납품하는 다른 경제 주체들의 이해관계 또한 중요하여, 구매와 판매가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 역동적으로 변하면서 기업의 생존에 훨씬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남녀관계에서는 남녀 이외에 부모님들 내지는 자식들과의 관계가 일정부분 안정적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맺어지면서 남녀간의 관계 그 자체가 훨씬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서로 사고 파는 관계로 얽혀져 있는 그물망의 한 고리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관점의 장기성에 따라 얼마나 서로 신뢰하는가라는 점 등의 태도에서 다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노사관계가 남녀관계와 같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고 있으며, 결국에 있어서는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대등한 입장에 설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추어진다면 노사협력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백도명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