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하도급 근로자 노사관계 새 불씨로

[동아일보]
노동부가 최근 현대자동차의 사내(社內) 하도급을 ‘불법 파견’으로 규정함에 따라 하도급 근로자 관리 문제가 노사관계의 새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와 노동계는 이번 노동부 결정을 계기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사내 하도급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노동계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사내 하도급 문제가 재계와 정부의 갈등에서 노사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도급과 파견의 구분 기준 논란=노동부 결정과 관련해 재계와 정부가 대립하는 부분은 하도급과 파견을 구분하는 기준 문제.
노동부는 기업들이 각종 법적 책임이 뒤따르는 파견근로제를 회피하기 위해 사내 하도급 형태로 위장한 불법 파견근로를 택하고 있다고 보고 7월 ‘사내 하도급 점검지침’을 내놓았다. 지침에 따르면 사내 하도급 업체는 인사·노무관리와 사업 경영상에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의 경우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현대차 근로자와 하도급 회사 근로자가 함께 섞여 근무하고 있어 인사·노무관리와 사업 경영상의 독립성이 없다는 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노동부 장화익(張華益) 비정규직대책과장은 “똑같은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인력 충원 사유가 생기면 사내 하도급 대신 계약직으로 보충한다”며 “한국도 지금과 같은 하도급 고용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차를 비롯한 재계는 자동차 생산라인의 특성상 원청회사 근로자와 하도급 회사 근로자가 섞여서 일할 수밖에 없다며 반박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崔載愰) 정책본부장은 “사내 하도급의 불법성을 근로자들의 혼재(混在) 근무 여부로 따진다면 대부분 기업들이 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기업 노무관리 비상=재계가 이번 노동부의 결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건비 상승과 근로자 처우 개선 등 추가 비용이 급증할 소지가 크기 때문.
한화증권은 현대차 불법 파견 문제 해결에 500억원 안팎의 추가 부담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1만여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임금(정규직의 65% 선)을 높여주거나 계약직 등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현대차에 요구한 개선 방안에서 하도급 계약을 해지하는 등 근로자의 처우를 악화시킬 수 없도록 못 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