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차 퇴근길 사고라도 업무상 재해”

근로자가 개인차량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했더라도 다른 교통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적은 경우였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권순일 부장판사)는 26일 철야작업을 마치고 작업반장의 승용차에 동승해 귀가하다 사고로 숨진 중국인 근로자 왕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자의 출퇴근중 사고가 업무상재해로 인정되려면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ㆍ관리하에 있어야 한다”며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다른 통근방법을 선택할 수 없거나 가능성이 적다면 사업주의 지배ㆍ관리하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전 5시에 철야근무를 마친 원고가 평소처럼 작업반장 차로 함께 귀가하지 않고 오전 6시까지 마을버스를 기다린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며 “회사측도 원고의 평소 통근방법을 알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상 개인차량을 이용한 통근을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배기장치 제조회사 일용직 파견 근로자인 왕씨는 2001년 11월 철야근무를 마치고 작업반장 김모씨의 승용차를 함께 타고 귀가하다 음주운전 차량에 들이받혀 숨졌으며 근로복지공단이 “개인적으로 승용차에 동승해 퇴근하다 난 사고”라며 업무상재해를 인정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현행 산재보상보험법 시행규칙은 근로자가 출ㆍ퇴근 도중 사고로 죽거나 다친 경우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교통수단을 제공했거나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한 경우에만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2004-09-26 오전 8:06:06 입력 ⓒ매일노동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