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시달린 건설노동자 사망… 자살한듯
부산지역건설노조 김용범씨 4일 저녁 집에서 발견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윤성효(cjnews) 기자
추석 때 임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던 건설노동자가 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부산지역건설노조는 철근노동자 김용범(56. 부산 장림동)씨가 4일 저녁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며,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씨는 현재 부산 사하의 한 병원에서 부검에 들어간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추석 전 체불임금 해결을 촉구하면서 10여일간 농성을 벌였으며, 지난 2일 동료들에게 “내 한 명 희생해서 죽으면 돈이 빨리 나오지 않겠나”라는 말을 여러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한수 부산지역 건설노조 사무국장은 “지난 2일에도 김씨가 약을 복용해 119 구급차에 실려 부산의료원까지 갔다가 치료를 받은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일한 공사 현장은 부산시 진주 초읍동에 있는 용주빌딩이다. 이 빌딩의 건축주는 부산진구의회 정용규 의원이며, 정 의원은 김해에 소재한 (주)신일종합건설과 계약을 맺고 공사를 해왔다. 신일종합건설은 지난 9월 초 작업 도중 부도가 난 상태며, 지금까지 30여명의 노동자 6000여만원의 임금이 체불된 상태였다.
노조 측은 “이 건물의 발주자인 건축주는 사전에 원청 회사의 부도 여부를 알고 있었으며, 원청회사로부터 공가포기각서를 받았고, 9월초부터 작업자들에게 임금은 신경 쓰지 말고 작업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용주빌딩 공사 현장 노동자들의 체불임금 문제는 추석 전 한 방송에서 기사로 다룰 정도였다. 노조는 ‘체불임금 70여만원이 결국 건설노동자의 목숨을 빼앗아갔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번 사망사고가 건설현장에 만연해 있는 임금체불이 결국 철근노동자 김용범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건축주인 정 의원은 5일 오후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김용범씨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마음이 상당히 아프고 무어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원청회사와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해왔으며, 추석 전에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나 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건축주가 추석 전 체불임금을 갚을 수 있다고 했고, 원청회사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조치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부산지역건설노조 등 부산지역 노동계는 김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2004/10/05 오후 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