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위해 마신 술로 생긴 병 “산재 아니다”
서울행정법원 판결…“업무수행에 불가피한 음주로 볼 수 없다”
회사에서 업무 의욕 고취를 위해 18년간 매일 제공한 막걸리를 마시면서 일하던 노동자가 술로 인해 질병이 생겼다 할지라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김관중 판사는 11일 A회사 연구소에서 작물재배 업무를 담당하던 한아무개씨(47)가 만성 B형 간염과 간경화에 걸려 요양비를 지급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인부들이 마시는 막걸리 대금을 회사가 결제해 왔다 할지라도 막걸리를 마신 것은 스스로의 의사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업무수행에 불가피한 것이라거나 업무수행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따라서 한씨의 간경화증은 18년간 매일 막걸리 5~6잔을 마셔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급속하게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없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84년부터 한씨는 날마다 동료 직원들과 함께 인근 양조장에서 제조한 막걸리를 마셨으며 막걸리 대금은 월말에 회사에서 간식비로 일괄 처리해 양조장에 지급했다.
김소연 기자 dandy@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