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동자 ‘회사 감시’ 따른 정신질환 산재 인정
근로복지공단, 산재요양 신청 승인…KT, 명퇴거부 직원 업무배치 뒤 감시·미행
지난해 10월 단행된 KT의 5,500명 명예퇴직자 명단에 올랐다가, 이를 거부한 뒤 지난해 12월부터 KT 서광주지점 ADSL 전담반에서 나주지점 상품판매팀으로 옮겨 일하게 된 안아무개씨(여·45). 그는 올해 5월27일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고 호소했다.
고객과 잡혔던 점심약속이 취소된 뒤 근처 자택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던 안씨는 집 앞에서 회사직원과 맞닥뜨렸고 회사 쪽에서 자신을 오래동안 감시, 미행해 온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충격으로 안씨는 며칠간 외출을 못했으며 우울증, 불안증, 두통, 불면증 등을 겪었다.
회사 쪽의 감시 활동으로 인한 우울증 등을 호소한 KT 직원에게 산재가 승인돼 주목된다.
지난 4일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는 안씨가 낸 산재요양신청에 대해 우울증 및 신체화장애로 인한 산재요양 및 보험급여지급을 승인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12일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는 “회사가 정상적인 복무점검이라고 주장하지만 당사자는 감시활동이라고 느꼈고 그에 따른 우울증과 두통증세 등을 보였기 때문에 산재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8월께에도 KT 군산지점 상품판매팀에서 근무하던 박아무개씨가 정신질환 등으로 인한 산재인정을 받은 바 있다. 박씨 역시 지난해 명예퇴직을 거부한 뒤 상품판매팀으로 옮긴 경우다.
이런 피해사례는 KT가 2003년 12월 단행한 ‘상품판매팀’에서 나타나고 있다. KT는 지난해 전직 거부자와 명퇴 거부자 및 노조활동 경력자를 비롯한 480여명을 ‘상품판매팀’으로 인사조치한 바 있다. 이어 KT는 상품판매팀 직원들에게 매출목표를 제출케 하고, 판촉상품과 기업카드를 지급하지 않는 등 기존 영업직원들과 차별대우를 해 왔으며 상품판매팀의 노조가입을 차단하고 영업활동을 밀착 감시해왔다.
이런 사례는 지난 7월 인권연석회의의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바 있으며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기도 했다.
이에 대해 KT홍보실 관계자는 “한때 상품판매팀에 대한 감시활동 의혹을 시민단체에서 제기했지만 현재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학태 기자 tae@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