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에 후유증상 진료카드 주면 뭐하나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하미드씨는 추간판 탈출증으로 2003년 5월 산재승인을 받아 1년 동안 치료를 받다가 2004년 6월25일 요양 종결됐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유효기간이 2006년 6월25일까지인 ‘후유증상 진료카드’를 발급해 주었고, 하미드씨는 현재 의사의 소견에 따라 1주일에 2번씩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지급받고 있다.
산재 발병 당시 미등록상태였던 하미드씨는 요양치료기간동안 G-1비자를 발급받아 3개월만에 한 번씩 갱신했는데 요양종결되고 난 뒤 출입국관리국에서는 더 이상 비자를 연장해 주기가 곤란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후유증상 진료카드를 갖고 몇 번을 찾아가서 호소한 끝에 출입국관리국에서는 선심쓰듯 10월15일까지 한 번 더 연장을 해 주었으나 더 이상은 곤란하다면서 출국을 종용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5조2에서 ‘공단은 법 제40조2의 규정에 의한 재요양 요건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나 당해 업무상의 부상 또는 질병의 특성상 치유된 후에 후유증상이 발생되었거나 발생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 의료기관에서 필요한 조치를 받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복지공단규정 제205호 ‘후유증상진료업무처리규정’ 제3조(적용범위)에서 “이 규정은 상병이 치유돼 법 제42조에 의한 장해급여를 지급받은 자로서 진료의 대상이 되는 후유증상에 대한 진료가 필요한 자 및 요양비산정기준에 의해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최초의 재활보조기구를 지급받은 자로서 재활보조기구의 추가지급이 필요한 자에 대해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후유증상 진료카드는 명백히 아직 후유증상에 대해 치료가 필요한 자에게 발급하는 것이고, 대상상병 또한 2001년 11종에서 단순 동통 보장구수리 및 장착에 따른 단순처치까지 확대됐다. 근골격계 질환 발생이 높아지면서 후유증상에 대한 치료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출입국관리국에서 체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후유증상 진료에서 배제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체류문제 미해결시 후유증상 진료서도 배제
산업재해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 한해서는 인권보호 차원에서 체류를 허가해 줬던 것이 과거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산재로 치료를 받는 데 대해서는 아무리 의사 소견서가 있어도 서류상 요양종결 됐으니 무조건 출국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하미드씨의 경우 요양이 종결된 이후 인정(人情)에 호소해 한 차례 체류기간을 연장 받은 바 있다. 출입국관리국 대부분의 업무가 지침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혹은 출신국의 국력에 따라 좌우됨으로써 우리보다 경제상황이 어려운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당연히 받아야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후유증상 진료대상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출입국관리국과 업무를 연계하여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제때 임금받고, 아플 때 진료받을 수 있게 지침 마련 시급
지난 10월7일에는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필리핀 이주노동자 2명이 수원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조사를 받던 도중 출입국관리국 직원들로부터 연행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담당감독관인 우아무개 근로감독관이 신고를 했고 본인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큰 소리를 쳤다고 한다. 체류허가가 없는 후유증상 진료카드 또한 위의 우아무개 근로감독관 같은 사람이 있는 한 “병원에 있을테니 잡아가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합법, 불법의 잣대로 이주노동자를 이원화시키면서 합법이주노동자는 모든 법적보호를 다 받는 것처럼 선전하고, 미등록이주노동자는 범죄인 취급을 하며 폭력단속과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 현 정부의 태도이다.
이제 임금을 못 받아도 노동사무소에 진정서를 접수하지 못하고, 산업재해를 당해 후유증상이 생겨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나라가 되는 게 아닐까?
상담문의 :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02) 3672-9472, ijunodong.prok.org
박선희 공인노무사(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