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죽음에 강제 구조조정…증권노동자가 위험하다
노조 “증권계 불황 책임 노동자에만 전가말라”
과도한 약정강요 시스템 등 과도한 업무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증권노동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증권가에 잇단 인력구조조정 움직임마저 거세게 불고 있어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9일 증권노조(위원장 이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또 한 명의 증권노동자가 치악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희망퇴직 등 인력구조조정안 발표로 술렁이고 있는 굿모닝신한증권의 현아무개씨(40)가 8천만원의 빚독촉에 시달리다 지난달 말 가출, 끝내 목숨을 버린 것이다.
증권노동자의 죽음은 올 들어 10여건을 넘어선 상태. 지난 8월에도 하나증권 직원이 업무 도중 사망했으며, 같은 달 모증권회사 지점장은 출근길에 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증권노조는 연이은 증권노동자들의 죽음은 ‘자본과 잘못된 증권시스템이 불러온 명백한 타살’, 즉 과당약정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엄청난 빚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증권노조는 “오로지 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성이 문제인데도, 회사는 희망퇴직만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게 하는 유일한 정답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한화증권과 KGI증권, 브릿지증권이 각각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이달 들어 굿모닝신한증권과 한양증권에서도 인력구조조정방안이 발표됐다.
특히 굿모닝신한증권의 경우 합병에 따른 고용보장기간이 만료되자마자 희망퇴직 방침을 발표해 노조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상범 지부장은 지난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총파업 방침을 결정하고 ‘강제적인 구조조정 반대, 이강원 대표 퇴진’ 등을 요구하며 6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강제적인 구조조정 반대 등을 요구하며 지난 14일부터 단식농성을 진행중인 김상범 굿모닝 신한증권 지부장.
한양증권지부(지부장 권태국)는 강제성이 없다는 전제 아래 희망퇴직에 합의할 계획이었으나 회사쪽에서 대상자 68명 명단을 공개한 데 반발, 21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구체적인 투쟁 계획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증권노조는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증권업종의 불황을 타개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증권사가 희망퇴직 등으로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증권노조 뿐 아니라 8개 대규모 증권사 노조로 구성된 증권사노조협의회(의장 김진혁·증노협)도 증권산업 제도개선 투쟁에 나서고 있다. 증노협은 27일 금감위 앞에서 ‘증권산업살리기 및 증권노동자 생존권 사수 총력투쟁결의대회’를 열고 제도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또 증권노조는 오는 28일 증권업협회와 제1차 증권사업제도개선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문제와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