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에 물리 치료기를 들여놓을 테니 그거 쓰면서 일하란다
홍기봉 로템노조 환자단 대표(48) 인터뷰
산재승인이 어떻게 나왔나
한림대 병원에서 MRI, CT, X-RAY,심전도 등 150만원의 자비를 들여 검진을 하고 주치의 소견으로 양 어깨, 목, 양손 등이 4군데 수술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런데 좌측 어깨에 대해서만 승인판정이 났다.
다른 분들도 불승인 결정이 많았다고 하던데
37명 신청자 중 12명만 산재 승인이 났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아닌가
근로복지공단의 판정기준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문의가 돌파리인지, 주치의가 돌파리인지 둘 중 한군데는 돌파리라는 건데… 근로복지 공단은 심의과정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소명기회를 달라는 요구에도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전혀 응하지 않았다.
본부는 “우리는 심의 후 그 결정을 지사에 통보할 뿐이다. 지사 가서 들어라”고 하고, 지사에서는 “우리는 본부의 심의 결정대로 행정서류 처리만 할 뿐이다. 아무런 설명을 할 수도 없고 할 자료도 없다. 문제가 있으면 절차에 따라서 하라”면서 서로 떠넘기고만 있다.
게다가 “우리는 승복할 수 없으니 일괄적으로 노조로 보내라”고 했는데 26일 개별적으로 통보서를 보냈다.
산재신청 전후 과정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사업장에서 10명 이상 산재결정이 나면 특별근로감독을 받아야 한다. 회사는 9명씩 산재 처리를 하겠으니 산재 신청하지 말라고 회유하고, 산재신청에 들어가면 정리해고 당할 거라는 협박을 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1년 동안 근골격계 조사를 했는데 조합원 606명 중 에서 질환자로 의심되는 조합원이 399명이나 나왔다. 이 중 증상이 심해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조합원이 165명이나 된다. 회사 쪽에서도 올 상반기 독자적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했는데 근골격계 직업병 의심자가 170명, 치료를 받아야 할 중증환자가 112명으로 나왔다.
당장 나이가 많고 상태가 심각한 사람들을 추려서 우선 80명이 산재신천을 하기로 했는데 회사의 회유와 협박에 41명만 한림대에서 진료를 했고, 그 중 38명만 10월 8일 근로복지공단 안양지사에 산재신청을 하고 그사이 한사람도 회사의 협박에 포기를 해서 결국 37명만 남았다.
근로복지공단은 “10명 이상이 집단으로 신청을 하면 공단 본부에서 처리한다”는 내부 지침을 이유로 이전의 관행과 달리 해당 지사에서 처리하지 않고 공단 본부로 이관했고, 본부는 법적 처리 기한인 7일을 훨씬 넘겨서 22일에서야 심의를 끝냈다.
심의 과정에서 공단 본부는 경찰력을 동원하여 산재요양 신청 민원인인 우리들의 공단 출입을 막았고 환자들인 우리들은 길바닥에서 매일 밤 12시까지 농성을 해야했다.
이렇게 근골격계 질환이 많은 요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로템에서 24년간 의장부 일을 했다. 매일 10시간씩 반복적인 업무만 하는 것이다. 평균연령 48세에 평균근속 22년을 일해온 조합원들 역시 장시간 반복업무에 시달려왔다.
게다가 구조조정으로 150명을 감축하고 인원충원 없는 상태에서 생산매출은 2배 이상 증가했다. 당연히 노동강도는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그런데도 공구 하나 작업자들의 편이에 맞게 제공해주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무슨 대책을 내놓고 있는가
회사 안에 물리 치료기를 들여놓을 테니 그거 쓰면서 일하라는 거다. 그거 뿐이다.
궁극적인 요구는 산재승인만은 아닐 것 같다
물론 제대로 치료받고 제대로 일하러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궁극적인 목적은 작업환경의 변화이다.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선은 37명이지만 유소견자 전원의 산재승인이 날 때까지 추가로 집단요양신청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