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영세노동자들의 여름은 뜨거웠습니다.
우리는 노동자의 삶과 언어가 살아뛰는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언로가 만들어지고, ‘공간’을 확보했다는 것에
성수동식구들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500명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오지 않았습니까..

우리 사무실에도 조사과정에서 결합한 여성노동자가 날마나 타자연습하러 나온답니다.

아래 글은 인쇄노조 임미진 씨가 쓴 글입니다.
이글과 몇가지 기획을 엮어서 매일노동에 영세노동자사업을 알리려
하는데 잘 모르겠네요.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한 거 같습니다.

여기, 스스로 우물을 파는 이들이 이 여름 차가운 샘물을 길어올렸다..

성수동, 영세노동자들의 뜨거운 여름

임미진 / 서울경인지역인쇄노조 노동복지부장

‘성수동 영세사업장 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의외의 뜨거운 반응에 공동실태조사단 모두는 놀랐다.

지역에 실태조사를 한다는 현수막을 건 다음날인 6월20일부터 여러 사람들한테 전화가 왔었다. ‘지역에 사는 장애인인데 도시가스요금을 못 내었는데 가스가 끊겨서 밥을 못해먹고 있는데 해결이 안 되겠냐’는 이야기부터, 동사무소직원의 어떤 실태조사인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00회사인데 언제 실태조사 하러 오느냐?’의 이야기, 그리고 가장 갈급했던 사람들은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나오는데 현수막이 보여서 그날 바로 상담 왔던 제화노동자들이었다. 심지어는 전세 계약의 문제로 사무실까지 찾아왔던 사람들도 있었다. 겨우 성수동 4개동에 1개씩의 현수막을 걸었을 뿐인데, 어쨌든 반응이 없는 것 보다는 좋았다.

설문조사를 시작하기 3주전에 성수동 4개동의 공단밀집지역을 답사했다. 성수1가 1동의 뚝방 길 옆은 악세사리를 만드는 금속사업장이 몰려있는 곳이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주택인지 공장인지 잘 구분이 안가지만, 근처에 가보면 공장이라는 것을 알겠다. 대부분 금속 똥(금속을 깍았을 때 나오는 찌꺼기?)들이 주변에 있고, 찌든 기름때와 어두컴컴한 분위기, 시끄러운 쇠 깍는 소리가 들린다. 공장들은 대부분 경기를 타서인지 일이 없어서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가 답사 간 때가 비오는 날이어서 그런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도 과 의 후원을 받아서 여기처럼 작고 영세한 사업장의 노동실태와 복지 요구도를 조사하여 이후에 사회적으로 요구할 것이니, 다음에 실태조사 나오면 도와 달라’이야기를 하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시고 기름때 묻은 장갑을 벗고 커피까지 타주셨다.
대부분은 부부, 혹은 사장혼자서 일을 하거나, 아니면 임금을 주는 아주머니 한 분 정도 두고 사장과 같이 일하는 곳이었다. 성수2가3동은 1가1동쪽보다는 규모가 좀 큰 곳들이 많다. 일하는 사람들이 5인 안팎에서 20인 사이. 그래봤자 20인 넘는 곳이 많지 않지만. 인쇄소, 금속, 제화 사업장들이 서로 얽혀서 혼재해있다. 또 다른 특징은 아파트형 공장들이 많았다. 안으로 들어갈려 했더니 경비아저씨가 막아선다. 화장실출입도 쉽지 않았다. 현장 방문하여 설문조사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노동건강연대와 서울경인지역인쇄노조, 서울일반노조제화지부, 민주노총서울본부는 을 꾸려, 5년째 성수동지역에서 영세노동자들과 만나왔다. 해마다 건강검진도 하고, 교육도 해 오면서 정확한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느껴, 2005년에는 실태조사를 꼭 해보기로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지역 단체들이 모여서 ‘영세사업장이 밀집해있는 성수동지역에서 실태조사를 하자’고 공동 결의하고 ‘영세노동자 노동 복지를 위한 공동실태조사단’을 꾸린 것이 지난 3월말이다.
석달 동안 자료를 조사하고, 수차례의 모임과 회의를 통해 설문지를 만들고, 실태조사를 도와줄 봉사자(조사원)를 조직하고, 각 분야별 전문 자문가를 초청해 이야기도 듣고, 두 차례의 조사원교육도 가졌다. 샘플조사를 통해 최종 설문지 수정을 하고 어떻게 하면 설문을 잘 받을 수 있을까? 방법을 세우기도 했다
우선은 9개 단체를 각 동별로 팀을 나누고, 우리의 목표치인 노동자 500부, 사업주50부, 실업자50부를 나누어서 받기로 했다.

조사를 도와주는 조사원들과 함께 조사 설문지를 갖고 현장을 갔다. 현장의 분위기는 냉담하기도 했다. 사장이 ‘우리 바빠요, 다음에 오세요’ 라고 하면 직원들도 더 이상 해준다는 이야기 못하고, 아니면 처음부터 ‘사무실(사장한테)에 가보세요’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퇴근하고 집에 가서 해주세요. 내일 찾으러올게요’라고 해서 놓고 가면 다음날 해주기로 했지만 며칠을 가야 해주는 경우도 있고,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곳은 이런 취지에 동감하며 ‘자격이 되겠냐?’고 하면서 음료수까지 주면서 설문조사에 응해주시는 분도 있었다. 좋은 방법은 지역의 연고자를 찾아 방문하여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함께 설문조사를 받는 것이다.
하루에 3부까지 하면 많이 하는 것이다. 날은 더워서 땀이 그냥 떨어진다, 장마철 대비해 기념품으로 ‘우산 드려요’해도 쉽지 않다. 예상은 했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거부당했을 때 다시 다른 현장에 가서 설문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현장방문 선전전’하는 것이랑은 또 다른 것 같다. 한부를 작성하는 데 최소10분 이상 15분정도 걸리는데, ‘이렇게 해서 뭐가 달라지겠냐?’고 하면 ‘그렇기 때문에 설문조사하고 사회적으로 요구 할 거예요’ 하고 강조 하지만 ‘정말 잘 해야 할 텐데..’ 하고 생각했다.
몇 날 현장방문 실태조사하고 조사원들이 모여서 서로의견을 나누었다. 지역에 알릴 겸 거리에서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후 반응을 보고 다시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6월28일 성수역 근처 기업은행 앞에서 첫 실태조사 거리캠패인을 벌였다. 크게 천막을 치고, 가판대를 놓고, 냉커피도 타 드리고, 노동 상담이 필요한분에게는 노동 상담도 하였다.
야! 점심때가 되자, 식사를 하러 나온 주변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이 오던지! 또 오후 4시부터 저녁8시까지는 교대일도 많아서 퇴근하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처음에는 ‘우산 주니까. 아님 냉커피 한잔 마시려고 왔겠지’ 생각했는데, 어떻게 왔든, 설문을 응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왜 이렇게 많이 걸리냐?’고 하면서도 한 문항 한 문항 답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펼치곤 하였다.
이날 우리가 받은 설문부수는 노동자52부, 실업자7, 사업주7부 총 66부를 받았다. 작업장에 방문해서 받을 수 있는 것이 많아야 3~5부인데 하루에 이만큼 받을 수 있고, 오히려 작업장을 방문하면, 노동자들에게 설문 받는 것이 어려운데 거리에서 하니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와서 설문조사에 참여할 수 있고, 또 1:1일 면접 조사를 하니 우리의 처음 조사방법에서 의미가 떨어지지 않았다라고 판단하여 모두들 ‘또 해야지!’ 라고 의견을 모았다.
3주에 걸쳐 영세사업장이 몰려있는 지역을 찾아서 돌며 6차례의 거리 캠패인을 하였고, 7월23일 실태조사를 마감하였다. 이렇게 받은 설문은 노동자 478부 실업자 58부 사업주72부 총 608부이다.

설문조사를 하면서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제화 일을 하시는 한 여성분은 남편의 실직 상태가 오래되어서 결국은 본인이 가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고, 어떤 중년의 아저씨는 나에게 2천원을 빌려 달라하였다. 이유인즉 일자리를 구하는데 그 날 그 날 일당해서 잠자리를 해결하는데, 요 며칠 비가 와서 일을 못했다고 찜질방에서 하루 자야하는데 2000원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노숙자를 위한 쉼터에 소개해줄까요?’ 물었지만 자기는 노숙자가 아니라고 오히려 화를 내셨다. 어떤 분은 인쇄일을 오래했던 기술자인데 IMF이후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 후 일자리를 계속 못 구해서 결국은 고물을 주우며 가족의 생계를 꾸린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 다른 조사원들도 나처럼 다양한 인상에 남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마도 설문결과가 나오면 더 확실히 알겠지만, 설문조사를 하다보니 대부분 장시간 노동과 직장에서는 법정복리후생항목을 대부분 받을 수 없고, 공공복지에서는 거의 받아 본적이 없고 정보도 모르고 있다. 일자리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은, 웬만큼 견딜만하니 병원갈 일이 없고, 이정도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으로 요즘과 같이 웰빙을 말하는 시대에 너무나도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7월26일 모든 조사자들이 모여 그동안의 고생한 것들 서로 격려하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 이렇게 설문조사는 하였는데 이후 어떻게 의견을 반영할 것인가?
․ 이번실태조사가 영세사업장의 활성화 되는 첫 단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 우리가 뭉쳐서 이렇게 실태조사를 한 것처럼 뭉쳐서 떠들어야 의견이 반영된다. 그래야 사람들이 인정한다. 어떻게 뭉쳐서 남길 것인가?
․ 향후 이런 활동이 지역에서 운동으로 만들어야겠다. 영세산업의 불안정성을 위기로 느끼고 있는데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근로조건의 문제는 얼마나 크겠냐? 노동자의 노동복지권을 사회적 요구로 보장해야 한다. 노동자의 기본권의 확대가 필요하다.
․ 현장방문조사에서 가두조사를 했는데 의미와 효과가 있었다.
․ 지역에서 선전효과가 있었다. 앞으로 지역에서 이렇게 크게 선전전하면 좋겠다. 우리가 이런 장을 만들었다. 재미있었다.
․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 영상과 자료로 남기자.
․ 모델이 될 사람들을 심층 면접해 보자.

공동실태조사단의 이후 일정은 조사된 설문지를 통계를 내어서 분야별(노동 및 노동안전과 복지이용실태, 실업자관련실태, 사업주관련실태, 생활실태 등)로 비교 분석해서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이다. 우리의 초점은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알리고 요구하느냐이다. 그것이 실태조사에 응하신 608명의 사람들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다. 향후 사회적 요구에, 함께 한 9개 단체가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동안 함께 일을 해보니 정말 모범이 되는 지역이다. 서로가 결의하고 맡은 역할에 대해 책임감 있고 기동력 있게 움직이는 것은 쉽지가 않는 일임에도 모두 헌신적으로 해주어서 이렇게 실태조사를 할 수 있었다. 정말 뜨거운 성수동의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