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건강보험 붕괴 음모 진행중”
보건·의료단체 ‘삼성의료체계 구축음모’ 주장.. “현재 5-6단계”

김덕련(pedagogy) 기자


▲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은 13일 오전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이 한국사회의 의료체계를 삼성생명과 삼성병원 중심의 삼성의료체계로 재편하려는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삼성재벌은 삼성생명과 삼성병원을 중심으로 ‘삼성의료체계’를 구축, 그들만의 최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을 붕괴시키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

‘X파일’로 삼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삼성그룹이 국가의료체계를 해체하려는 시나리오를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 의료보험에서도 빅브라더 꿈꾼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은 13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삼성의,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노무현 정부 의료산업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입수한 삼성생명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의료보험이 6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으로 가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소개한 뒤 “공적 건강보험을 붕괴시키려는 계획이 단계별로 실현되고 있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6단계는 ‘정액방식의 암보험→정액방식의 다질환 보장→후불방식의 준실손 의료보험→실손의료보험→병원과 연계된 부분경쟁형 보험→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으로 이중 4단계가 완성되고 5~6단계가 진행 중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삼성은 또 사적 의료보험체계를 통해 국내 병원을 지배하고 삼성병원을 중심으로 삼성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며 “전국 병원의 11%, 서울 병원의 20%가 이같은 체계에 이미 포섭돼 있고 강남·송파·서초구 중심으로 의원협력체계까지 구축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력체계가 아니라 삼성병원이 삼성생명 혹은 삼성화재를 통해 해당 의료기관의 의료비를 직접 심사·지급함으로써 병·의원을 통제하는 방식이라는 것. 이들은 삼성SDS가 의료정보체계 구축을, 삼성경제연구소가 정책지원을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보건·의료단체들은 최근 입수한 삼성생명 내부보고서를 근거로 삼성의료보험이 공적 건강보험을 붕괴시키려는 계획을 단계별로 실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5 오마이뉴스 고정미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 삼성을 정확하게 뒷받침”

또한 “삼성은 협력병원을 통해 민감한 개인 질병정보를 체계적으로 빼내고 있고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하려는 계획까지 진행시키면서 빅브라더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 근거로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에 있는 건강보험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제시했다. 민간보험사가 건강보험공단의 질병자료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변화를 추진 중인 건강보험 태스크포스팀 4명 중 2명이 보험회사 직원(삼성생명, 대한생명)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삼성생명과 삼성병원을 거점으로 삼성의료체계가 구축되면 기존 공보험과 의료전달체계는 유명무실해지거나 저소득층·잔여계층을 보조하는 것으로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험사와 병원은 최대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국민은 높은 의료보험료와 낮은 의료보장, 민간보험사 횡포에 내던져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이 삼성재벌의 의료체계 장악을 정확히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특히 2004년 하반기부터 매우 심해졌을 뿐 아니라 삼성의 의료장악 계획과 정부정책은 발표시점과 내용에서 상당 부분 조응한다”고 비판했다.

“의료마저 부유한 재벌체계, 가난한 국가체계로 양극화”

미국식 기업형 의료체계 실상은?
국가의료보험혜택, 국민 15% 그쳐

두 단체는 이날 양극화와 의료소외의 대표적 사례로 미국식 기업형 의료체계에 대한 비판적인 자료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월 의료보험료가 150만원 정도(4인가족 기준). 안정적으로 직장이 없는 사람은 이런 민간의료보험을 구매할 경제능력이 안 된다.

국가의료보험의 혜택은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등 일부 취약계층(전체 인구의 15%)만 받고 있으며 5000만명 가량(전체 인구의 15% 이상)이 어떤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의료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울러 최근 개인 파산의 50%(연간 200만명)가 질병과 의료비 때문이라는 분석도 덧붙여 있다. 미국식 의료보험 체계를 도입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도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어 “정부는 지난해 이미 경제자유구역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리병원을 허용했을 뿐 아니라 올해는 제주특별자치도 계획을 통해 제주도에서 ‘사적 의료보험 도입,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설립허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최근 이런 계획의 종합판으로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구성, 영리병원 허용 및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전국 차원에서 실현하려 하고 있는데 정확히 삼성의료체계구축을 위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산업화 정책의 최종 귀결은 보험자본과 병원자본이 지배하는 미국식 기업형 의료체계이며 삼성 이외 재벌도 삼성과 동일한 자체 의료체계 구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그렇게 되면 ‘부유한 재벌의료체계’와 ‘가난한 국가의료체계’로 양극화될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했다.

두 단체는 ▲민간의료보험 지원정책 중단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을 통해 공공의료를 확충할 것 ▲개인질병정보를 사기업에게 넘겨주는 반인권 정책추진을 중단할 것 ▲영리병원 허용 및 의료기관에 대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정책추진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에 속한 노동건강연대의 임준 공동대표는 “지금도 의료시장화가 지나칠 정도로 진척돼 그 폐해가 심각하다”고 말한 뒤 “폐해를 그나마 줄여온 게 영리법인을 인정하지 않는 의료법과 건강보험 체계였는데 이마저 없애버리면 의료 양극화와 치솟는 진료비에서 비롯된 가계파탄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의료보험이 공적 건강보험을 붕괴시키는 계획은 6단계로, 현재 4단계가 완성되고 5∼6단계가 진행 중이라는 게 보건·의료단체들의 주장이다.

ⓒ2005 오마이뉴스 고정미

2005-09-13 15:38
ⓒ 2005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