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산업재해 부른다

[한겨레] 건설, 제조업의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다수 노동자들이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여건을 견뎌낼 수 있는 탈출구를 주로 술에서 찾고, 이는 이들 업종의 산업재해율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22일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노동자의 음주가 산업재해에 미치는 영향과 제도 개선 방향’이란 정책자료집을 통해 “2002~2003년의 전체 산업재해의 66.6%를 차지하는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노동자의 음주문화를 방치하는 바람에 산재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지난 95년 이후 주류 판매량 추세와 산재발생 증가율 추이를 비교해 보면 주류 판매가 증가할 때 산재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음주로 인한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에도 산재율이 증가하고 있는 건설회사의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휴식시간에 술을 마시고 작업을 하는 사례가 일반화되어 있다. 또 100대 건설업체에서, 한솔건설 삼성에버랜드 등 산재발생률이 가장 낮은 10개 건설회사는 모두 음주예방교육과 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는 반면에, 대덕건설 신동아건설 등 산재율이 가장 높은 10개 회사는 음주예방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자체 단속프로그램도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미국에서 1970년대에 도입한 음주노동자지원제도(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를 참고삼아, “국내에서도 산재사고발생시 환자에 대한 음주여부를 확인해 기준시간 이내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음주에 관련된 산재 발생 사업장에게는 산재요율 인상 등과 같은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업현장의 음주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을 만들어 음주사고 예방사업, 문제성 음주 노동자의 치료 및 사회복귀 지원활동을 펴고 이를 위한 재원은 주류세에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