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정치연대 우석훈 정책실장의 10월 4일자 대자보 기고문입니다

황우석과 노무현 그리고 ‘국익우선론’

[비나리의 초록경제] 난자에서 추출하는 줄기세포, 산업아닌 윤리의 문제

우석훈

예전에 총리실에 있을 때 과학기술 담당과장이 바로 내 옆자리에 있었다. 그 때 내가 있던 방에서 처리하던 일들이 생명공학 문제, 통신위성 문제와 잠수함 도입건 등이 한참이었고,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한참 머리 아픈 문제들이었다. 그리고 그 때에는 황우석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국민적 스타로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다. 그 시절의 기억과 그 이후의 사건 전개를 돌아보면 사실 뜻밖이다.

황우석에 대한 입장 중에서 가장 적당한 답이라고 생각되는 건 서울대 총장인 정운찬 교수의 입장이 제일 속편하면서도 정답에 해당된다고 생각된다.

사실 생명공학이라는 특별한 과학분야에 넋이 나간 건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가장 심한 건 싱가포르인데, 전기나 화학 같은 일반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는 대학생의 숫자가 우려되어서 전부 생명공학만 하면 싱가포르는 누가 먹야살리느냐는 질문이 싱가포르 국회에서 제기되었고, 싱가포르 교육부 장관이 그래도 다른 분야에도 아직은 전공자들이 많이 있다고 답변하는, 정말 희대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황우석 사건은 정말 우연한 일들의 연속인데, 내가 기억하는 한도로는 이렇게 사건이 벌어지게 된 맨 앞의 사건은 보통은 ‘바보 코리아’라고 부르는 BK 사업이 이상하게 전도된 결과이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생물학과의 지평을 조금 알 필요가 있다.

Molecular biology라고 부르는 분자생물학이 나름대로 학문으로 기틀을 잡은 것은 50년대의 일인데, 쟉크 모노(Jacques Monod)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이 길이 세상에 전면적으로 알려지고 유행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생물학과에서는 서울대와 연대 사이에 좀 격차가 심했는데, 서울대는 약간 백화점식으로 각 분야를 다 잘했고, 연세대는 대부분의 분야를 조금씩 못했다. 그러다보니까 이 차이를 좀 시정해보겠다고 분자생물학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그렇게 된 데에도 약간의 연유가 있다.

연세대학교는 이과대학교와 공과대학교가 옆 건물이다시피 하기 때문에 다른 대학교보다는 교류가 좀 많고, 여기에 예전 가정대였던 식생활학과의 식품영양학 교수들까지 연결되어서 콘소시엄이 쉽게 형성이 되었고, 여기에 대기업의 길을 가고 싶어하던 풀무원의 돈이 흘러들어왔다. 풀무원만 돈을 댄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렇게 식품회사들의 돈을 받으면서 공대와 생물학과와 식품영양학이 연결되면서 90년대 중반에 분자생물학만은 연세대학교가 서울대랑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갔는데, 바로 이즈음에 ‘브레인 코리아’라고 하는 교육사업이 돈을 왕창 풀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생명공학은 이렇게 해서 연세대학교로 낙착이 되었고, 여기에서 분자생물학은 식품산업에서 시작하는 길로 접어들게 된다.

워낙 설비에 돈이 들어가는 일인데 BK에 떨어진 서울대 생물학과는 분자생물학 쪽으로 주력을 투입하기가 좀 어려워지고, 그러다보니 수의학과에서 오히려 분자생물학에 주력할 여건이 좀 형성되었다.

그런데 역시 돈이 좀 들어가니까 학교 당국에 여러 가지로 신청을 하고 시도를 했는데, 좀 남사스럽고 또 사실 별 기술도 아니지 않느냐고 소위 어벙떨면서 못본척 한 사람이 정운찬 교수이다. 대체적으로 유전자 조작기술 중 클론 프로젝트라고 흔히 부르는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는 물론 나름대로는 기술이기는 하지만 기술 자체의 난이도 때문에 발전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이유로 선진국들이 꺼려하는 기술 분야이다. 중진국들이 핵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는 것과 메카니즘 상으로는 다를 바가 없다고 인식되고 있던 분야이다.

태양광이나 연료전지와 비교하면 생명기술은 윤리적인 특징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데, 기술이 어려운 것은 나머지도 마찬가지이다. 태양광 기술에도 아무런 기술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석유기술에 대한 대체가능성과 함께 이게 삼성 기술이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약간 목숨을 걸었다. 태양열과 태양광은 똑같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같아 보이지만, 반도체를 사용해서 발전을 한다는 점에서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90년대 중반 이후로 재벌사들이 목숨 걸고 반도체에 투자하다시피해서 반도체 기반이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아직 발전단가가 몇 배나 높은데도 불구하고 태양광이 국가 기반기술로 분류된 것은 결국 반도체에 국가적 차원으로 집어넣은 투자비를 다른 기술로 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는 설득력이 있었다. 연료전지의 경우는 이게 과연 환경기술인가라고 물어보면 전해질과 전해질 회수 그리고 전환 에너지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좀 논쟁거리가 남아있다.

연료전지는 원래 아폴로 기술이었는데, 달나라 갈 때 좁은 공간에서 발전을 하기 위해서 생겨난 기술이다. 그리고 이 연료전지가 다시 중요해진 것은 냉전 시대에 핵발전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서 조금 더 조용하고도 밀폐된 공간에서 전기를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독일 같은 곳에서 먼저 연료전지를 잠수함에 접목시키게 되면서 새로 빛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모바일(핸펀) 기술과 노트북 기술에 더 가깝다. 현재로서는 상용화 바로 직전 단계에 있다.

생명공학의 경우에는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한 종자시장과 의료시장을 그 기반시장으로 하고 있는데, 물론 이론적 기반은 분자생물학이다. 클린턴에 미국이 생난리를 친 게놈 프로젝트나 70년대와 80년대 미국에서 우리나라 생물종을 싹 모아서 연구하는 것들 혹은 제 3세계 국가의 밀림에서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미생물종을 찾는데 목숨거는 일들이 대개는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연구 기반같은 것이다.

이 중에서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는 인공적으로 인체의 특별한 장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클론 논쟁을 피해나가기 위해서 생겨난 연구인데, 난자 상태에서 직접 추출하는 배아 줄기세포와 성인의 몸에서 추출하는 성인 줄기세포로 나누어져 있고, 황우석 교수가 연구하는 것이 바로 이 배아줄기세포이다. 클론은 사람 자체를 복제해서 이 복제된 인간으로부터 직접 장기를 떼어내는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데, 간단히 말해서 이건 살인에 해당된다.

그래서 사람을 만들지 않고 장기만 만들면 될 거 아니냐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기술적으로는 성인 줄기세포는 이미 분화가 끝난 상태라서 특정 몇 가지 부위로만 발육하게 되고, 배아 줄기세포는 이것 자체가 사람이 만들어지는 첫 번째 상태 즉 난자 상태에서 직접 조작이 시작되기 때문에 가능성이 좀 더 다양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필요한 장기를 만드는 게 더 고급기술에 해당하는데, 이건 좀 더 연구가 필요하고 임상적으로 조금은 시기가 빠를 수 있는 것이 배아줄기세포이다.

난자에서 직접 조작을 하니까 기술적 어려움보다는 윤리적인 문제에 직접 봉착하게 된다. 여기에서의 핵심적인 윤리 문제는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난자 상태인데, 여기에 정자 혹은 세포핵을 이식해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게 되니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는 이게 사람인지 그냥 세포인지 좀 판단하기 애매한데, 종교적으로는 약간 기형적으로 생긴 거지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도 존재한다. 결국 난자와 정자가 만난, 즉 착상된 첫 번째 단계가 배아 줄기세포이니까 가능성이 많은 대신에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라고 볼 수 있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는 이러한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여성’에 관한 시각 자체이다. 난자는 성인 여성이 한 달이 약간 안되는 주기에 ‘알’을 낳게 되는데, 그 알을 바로 지칭하는 거고, 이걸 구하려면 누군가 좀 희생을 해야 한다. 근데 이게 수술행위에 해당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고 하여간 좀 문제가 있다는 게 기술적 판단이다.

외국에서 이 배아줄기세포의 윤리 문제에 대해서는 주로 이 두 번째 문제에 집중된다. 보나마나 고통과 신체의 손상을 동반하면서 누군가 난자를 주어야 한다면 이 난자를 주게될 여성은 가난한 여성과 어린 여성들이 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판단이고, 만약 돈을 주고 난자를 구할 수 있게 한다면 흔히 음침한 판단을 하는 것처럼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외국에서는 이걸 별로 윤리적이지 않고, 만약에 이런 실험을 한다면 깡패들이나 지하시장에서 연구하게 될 것이라는게 상식적인 과학철학에서의 판단이었다.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UN이 약간의 제도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인간복제금지협약이라는 걸 만드는 중인데, 그게 늦어지면서 난자 채취에 대한 약간의 안전장치가 있는데, compliance라고 부르는 제재조치는 없다.

가난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commerce를 금지시키고 있고, ‘이해당사자’라는 조항이 또한 중요한 기준인데, 이는 연구진 중에서 여성 연구인력이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해서 난자를 제공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경우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대체적으로 이 정도의 안전장치가 있으면 우선은 여성 보호는 일단 할 수 있게 되는데, R&D의 눈으로 보면 이 정도로 UN까지 나서서 장치를 만들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생명윤리보호법 같은 걸 만들어놓고 있으니까 연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은 어디에선가 불법적인 요소가 끼어들어갈 수 밖에 없는 좀 점잔치 못한 연구로 이해되고 있다.

쉽게 표현하면 기술이 어려운 건 아닌데, 어지간하면 하지 말라고 국제적으로 분위기를 만들고 있던 것이 바로 이 난자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깬 사람이 황우석 교수이다. 풀무원이나 제일제당 같이 생명산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왜 이 연구에 돈을 대지 않으면서 좀 복잡한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초연구가 아니라 10년 내에 상용화될 수 있는 기술이라서 어차피 돈 될 거라면 생명산업에 관심있는 업체나 기업연구소가 여기에 자금을 대지 않는 이유는 한 마디로 큰 시장이 되기가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체줄기세포와 달리 배아줄기세포는 세포에서 세포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난자를 채취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UN이 강해지고, 사회가 부유해질수록 이런 일들을 더 못하게 할 가능성이 많을뿐더러 사람들이 난자 채취가 어떤 것인지 알수록 부도덕하다는 이미지를 뒤집어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부도덕한 산업에서 매번 부도덕하게 돈을 버는 기업이라는, 그래서 앞에서 벌고 뒤에서 밑지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난자를 채취할 때 촉진제를 사용하는데, 이게 여성 호르몬 자체를 심하게 교란시켜서 후유증이 심하고, 심한 경우에는 성격이상이나 불임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쉽게 표현하면 자기 딸이나 자기 부인에게는 시키지 않을 일이라는 점 때문에 다른 세포들과 달리 도덕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병리학적인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아주 고상한 기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업이 돈을 제공하지 않으니까 서울대의 학교당국에 돈을 좀 달라고 했는데, 정운영 총장이 주위에서 어떤 말을 들었는지 이 연구에 특별기금을 지원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대로 점잖고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UN 협약에 아직 강제조항으로 발달하지 않고 국내법의 입법이 지연되는 이 동안에 황우석 교수팀이 구워 삶은 게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였다.

이 작전은 성공했다. 이 때 내세운 논리가 ‘국익’이다. 이게 산업으로 성공할까? 다른 기술들처럼 대량보급되는, 소위 mature market으로 들어가기는 어렵다. 난자를 대량으로 제공하는 기술이랑 결합되어야 할터인데, 이건 정의상 불가능하므로 결국 마피아 시장 같은 것이 되고,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큰 일반 기술시장이 되기는 어렵다.

그런데 하여간 이게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간단한 논리로 – 산업의 눈으로 보면 그렇게 끄덕거려지지는 않는다 – 언론에 국회의원까지 총동원되어서 한 일이 뭐냐…

BK에 떨어진 이후 서울대가 지원했어야 할 기초연구비용을 서울대가 창피하다고 딴짓하면서 대지를 않는다. 그래서 그걸 열린우리당의 386들하고 연결을 했고, 이제 이게 국가의 보물이고 황우석 교수는 국보급 과학자가 되었다. 물론 나는 여기에 대해서는 별 불만은 없다. 어차피 내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실제 과학자들이나 이공계에서 이 연구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고 있거나 진짜 존경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라 잠깐 있다가 사라질 현상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을 비롯한 열우당의 386들이 이 기술에 홀딱 넘어가면서 황우석의 무리수가 생겨났다. 어차피 다음 정권이나 다음에 이게 문제가 될 때에는 자금줄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마 덩치를 잔뜩 불려서 그야말로 요번 판에 ‘승부’ 보자고 생각한 것 같다.

덩치를 크게 늘렸는데, 늘려도 너무 늘렸다. 좀 전까지 내가 알던 바로는 연구교수만 40명 가까이 뽑고, 그야말로 황우석 사단이 되었다. 그러다보니까 끊임없이 돈을 대야 하는데, 아마 정운찬 총장 있는 동안에는 서울대에서는 나오기가 좀 어려울 것 같고, 그야말로 만만한 노 대통령과 386들이 이 돈을 대는데, 실제 시장이랑 연결되기가 어렵다. 기술개발 시간만이 아니라 난자 공급 때문에, 정상적인 시장이 되기가 좀 어렵다.

물론 이렇게 기술을 개발하다보면 우연히 – 혹은 의도적으로라도 – 다른 기술을 얻을 수가 있으니까 R&D의 부수적 효과는 있을 수는 있지만, 그걸 위해서 몇 백억씩 돈을 대자면 이제는 국정 기술의 우선효과 같은 것들에 대한 논란이 생겨나고, 다른 기술 분야에서도 슬슬 볼멘 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때가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첫째는, 흔히 대학 R&D 사업에서 보통 보듯이 연구비 유용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황우석 교수야 돈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게 아니지만,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결국 돈과 명예 때문에 하는 사람들이 많을테니까 이걸 일일이 관리하기가 어렵다. 요번 국정감사에서는 1억원의 불법 자금이 문제가 되었지만, 이 덩치가 움직여나가면 일단 자금상의 잡음이 많이 생기게 된다.

둘째는, 그리고 이게 실제로 황우석 교수가 두려워하는건데, 도대체 난자를 어디에서 얻었느냐는 것이다. 돈 주고 샀다고 해도 불법이고, 만약 연구진 혹은 관련된 사람이 기증했다고 하더라도, UN 규정 위반이다. 물론 이 경우는 제재조치는 없으므로 이게 감옥갈 일은 아니지만, 진실은 현재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이 연구가 덩치가 커지면서 더 많은 난자가 필요하게 될 것인데,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대체적으로 좀 한동안 시끄럽다가 말 연구에 불과한데, 이 덩치를 끌고 끝까지 가게 되면 결국에는 국회 청문회 아니면 검찰 취조실로 이 연구진들이 가게 될 확률이 높다.

이 논의의 핵심은 난소 제공자인 ‘여성’을 어떠한 존재로 볼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고, 종교계에서 얘기하는 생명의 존엄성은 약간 부차적인 논쟁이다.

한 마디로 여성을 ‘난자 제공자’ 정도로 보지는 않겠다는 것이 미국과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의 입장인데, 나름대로 연구를 할 수 있던 수준이 되는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가 여성에 대한 인간적 존엄성에 관한 철학이 가장 형평없는 나라라는 것이 사실은 황우석의 연구가 세계적으로 보여준 실체적 진실 같아 보인다.

이래서 우선 곤란해진 사람이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다. 부시는 꼴통 우파로 보통 분류하지만, 생명윤리에 대해서는 기독교적인 의미에서 좀 급진적인 입장도 좀 가지고 있는데, 선진국 사이의 일종의 신사협정을 한국이 깨니까 정치적으로 좀 몰렸다.

하여간 황우석이 잘 한다고 박수치는 것은 과학기술 신화론이나 국익 우선론 같은 좀 어려운 얘기가 아니라 여성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관점의 문제에서, 여성은 우선을 좀 해줘야 하는 존재로 간주한다는 비판은 좀 받고 넘어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가장 손해 본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조금 지나면 난자 얘기가 언젠가 나오기는 나올텐데, 작년에 황우석 연구에 대해서 박수친 사람들이 이 때가 되면 조금은 머쓱해지게 되는데, 입으로 떠들었던 국익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고, 인권 문제는 이미 발생했을 그 시점이 내년도 혹은 후년도의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에 그야말로 ‘새’가 된 집단이 불교집단이다. 기독교는 이유야 어쨌든 아직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고, 기독교인으로서 황우석의 연구에 박수치는 사람은 어쨌든 교단의 지침 위반에 해당한다.

불교는 대체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인데, 화려한 거 좋아하는 스님 몇 분이 해괴한 논리를 만들어내었다. 황우석 교수에게 난자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보시’라는 논리를 불교에서 제공하고, 이게 바로 생명에 대한 보시 행위니까, 많이들 보시하시라고 한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러한 연구는 일반 기초과학의 연구 시스템에 약간의 보조를 받아서 진행하면 되는데, 이걸 지나치게 정치인을 옆에 끼고 언론을 동원해서 덩치를 키운게 지금 문제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는가? 연구교수만 40명이 넘는 이 대집단에 끊임없이 돈을 공급하려다 보니까, 생각보다 일찍 기우는 시점이 왔다. 물론 약간의 이벤트를 통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겠지만, 언젠가는 여성과 난자의 출처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연구에 필요했던 난자의 대량공급 메카니즘에 관한 질문이 오게 된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대단했던 것은 실제로는 연구 능력이 아니라 몰래 난자를 채취할 수 있었던 OECD 중에 유일한 국가이고, 그런대로 그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박수치는 ‘국익 극우파’가 가장 강력한 국가이고, 그리고 여성은 ‘아이낳는 도구’나 ‘난자 제공하는 짐승’으로 간주한, 도저히 선진국 범주에 넣어주지 못할 나라라는 점을 실제로는 입증한 셈이다.

그래서 국가 이미지가 높아지나? 외국의 과학자들은 윤리적으로 금지된 연구이지만, 국가주의에 의해서 추진할 수 있는 특수 상황을 얘기할 때, “한국이라면…”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이 2~3년 동안에 과학 분야에서 무식한 나라로 그야말로 단단히 찍혔다.

달도 차면 기우는데 이 마지막 순간에 한겨레가 황우석과 손을 잡았다… 한겨레는 아직 차 본 적도 없는데, 기우나…

목숨 걸고 연구하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기술에 배아줄기세포 기술만 있는 것은 아니다.

* 필자는 경제학박사로 초록정치연대(www.greens.or.kr) 정책실장입니다.
* 최근 (뿌리와이파리, 2005)를 출간했습니다.
* 필자의 블로그안내 http://blog.naver.com/wasang2/

2005/10/04 [02:48] ⓒ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