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노동자 산재 인정

서울행정법원 “불법체류 여부 문제 안돼”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단독(판사 김관중)부는 1일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중 뇌경색으로 쓰러진 중국동포 윤아무개씨(40)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거액을 주고 얻은 위조 여권을 이용해 입국한 사정으로 기존에 있던 고혈압에 대해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도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감당하기 벅찬 근로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과로가 누적돼 원고가 평소 가지고 있던 고혈압이 자연적 진행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 뇌경색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일을 했던 사업장이 산재보험에 가입했다면 업무로 인한 질병에 걸린 사람이 불법체류자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다른 사람 명의를 이용, 지난 2001년 7월 국내에 들어온 뒤 건설현장을 전전하다가 지난해 6월 대전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난 4월에도 서울행정법원은 불법체류 중 임금체불 스트레스로 인한 뇌경색으로 쓰러진 중국동포 김아무개씨에 대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