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업체 외국인노동자 ‘집단 앉은뱅이병’ 충격
보호장비 일체 없이 맹독성 화학물질 다뤄…12월초 3명 같은 증세 보여 귀국
태국인 여성노동자 5명이 아무런 보호장비 착용 없이 맹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다가 ‘다발성 신경장애’인 이른바 ‘앉은뱅이병’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LCD와 DVD부품 제조업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태국인 여성노동자 5명은 밀폐된 업체내 검사실에서 마스크나 장갑 등의 보호장비 없이 하루 평균 5시간씩 7개월에서 3년 동안 출하 직전의 전자제품을 유기용제로 세척하는 일을 해 왔다. 최근 이들 5명은 하반신 마비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고, 산재의료관리원 안산중앙병원은 파타라완(30), 추언총(29) 씨 등 태국 여성노동자 5명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모두 ‘노말헥산에 의한 다발성 신경장애’로 판정됐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민주노총은 19일 성명을 내 “이들 외에도 3명의 태국 여성노동자들이 똑같은 증세를 보여 회사쪽의 권유로 지난해 12월초에 본국으로 귀국해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상태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며 “이미 3명이나 똑같은 증세로 귀국까지 했는데도 계속 일을 시켰기 때문에 추가로 5명이 하반신 마비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또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의 전원 산재처리(귀국해서 치료 중인 3명 포함) △회사 책임자 형사처벌 △노동부 공개 사과와 회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무차별한 단속추방 중단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즉각 사면을 주장했다.
노동건강연대도 “산업안전보건법상에 노동자들은 자신이 직접 다루는 물질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그런 걸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몇년씩 물질을 다뤘기 때문에 사업자 처벌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맹독성 화학물질을 무방비 상태로 써왔음에도 노동부가 작업환경에 대한 감독도 하지 않는 등 현장 이주노동자 실태에 대해 손놓고 방치한 책임이 크다”며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작업조건과 유해물질 작업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지혜 기자 sagesse@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