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건강연대, ‘이주노동자 노동안전매뉴얼’ 제작

1년여간 현장사례 분석 4개국어 번역…노동안전 ‘나침반’ 역할 기대돼

“작업장에 배치된 첫날 손가락을 잘린 친구가 있었습니다. 한국인 노동자가 ‘위험해! 손빼!’라고 외쳤지만 그는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한 팔을 잘린 채 병원에 누워 고향의 부모님께 돌아갈 수 없다고 눈물 흘리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알 수 없는 화학약품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병원에 가지 못해 병을 얻은 이도 있었습니다.”(이주노동자 핫산씨의 편지)

최근 태국 이주노동자 8명이 노말헥산에 중독돼 하반신마비를 겪으면서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주노동자가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매뉴얼이 제작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동건강연대는 30일 “기존에 정부가 펴낸 (노동안전)자료는 한국노동자에게도 적용되기 힘든 수준의 내용을 담는 등 작업장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것이었다”며 “때문에 지난 1년여간 다양한 현장사례를 분석해 이주노동자에게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주머니 속 노동안전매뉴얼>을 펴냈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이 평소 휴대하기 쉽도록 제작된 이 매뉴얼은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방글라데시어, 중국어 등 4개국어로 번역 제작됐다.

“손빼!”라는 말을 몰랐던 이주노동자

이 매뉴얼은 이주노동자의 모든 산재노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인 안전수칙부터 기계, 건설, 유기용제, 분진, 근골격계질환, 소음, 감전 등에 있어 위험정도와 유해성을 알리고 예방대책을 담고 있다. 또 안전노동을 위해 꼭 알아야 할 한국어와 함께 사고발생시 대처방법, 산재보상 여부, 사업주 의무 등도 상세히 담았다.

예컨대 유기용제 사용시, “유기용제는 페인트 제조·배합, 금속제품의 세척, 인쇄 등의 공정에서 사용되며 호흡기, 피부, 소화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혈액, 중추신경, 간장, 시각장해 등의 급·만성적 장애를 유발한다”고 분명히 명시했다.

유기용제 중독 예방대책으로는 국소배기장치 또는 전체환기장치가 설치된 장소에서 취급하고 유기용제가 피부로 흡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의를 착용해야 하며 유기용제의 증기발산을 막는 설비나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장소에서는 유기가스용 방독마스 등의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는 지난 태국 이주노동자들이 8개월간 밀폐된 공간에서 보호구 착용없이 노말헥산을 다루면서 하반신마비가 되기까지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내용들이다.

모든 산재 고려한 현실적 매뉴얼

이와 함께 위험을 알리는 말로 ‘위험해/비상’ ‘조심해/조심조심’ ‘피해/떨어져’ ‘큰일났어’ ‘안돼’ ‘하지마’ 등과 함께 △위험한 기계작동 △불·기름·폭발 △이동·운반시 위험한 상황 △유기용제의 위험 △소음 및 분진의 위험에 관한 한국어도 제시하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말들이지만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말들이다.

노동건강연대는 “정부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체계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며 열악한 이주노동자에게 기본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장교육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노동건강연대는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공인노무사, 산업의학 전공의들이 참여하는 교육도 실시한다. 몽골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30일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서 매뉴얼 내용으로 첫 노동안전 교육<사진>을 실시했으며 다음달 13일 경기도 오산에서 필리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문의 02-469-39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