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건강포럼 2005’ 창립식 및 1차 포럼
잘못된 산재통계 ‘정책부실’ 낳아

보상 중심 산재통계 ‘산재은폐’ 누락…산재통계개선위원회 구성 제안

현재 우리나라 산재통계는 노사정은 물론 전문가 모두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산재통계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고 이를 근거로 예방적 안전보건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은 ‘노동과 건강포럼 2005’가 3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창립기념식을 가진 뒤 개최한 ‘우리나라 산재통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한 제1차 포럼에서 제기됐다.

지난해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 당시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이 함께 국정감사를 준비해온 국정감사준비팀이 해체되고 노동자 건강권 확보를 위한 ‘노동과 건강포럼 2005’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산재통계 신뢰성 회복 시급

이날 토론회의 전제는 우리나라 산재통계의 신뢰성이 없다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윤간우 노동환경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나라 산재통계는 ‘비정상적’이라고 단언했다.

1997~2001년 요양일별 재해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10일미만 사고 및 질병이 전체 산재의 3~4% 수준인 반면 31일이상 휴업이 요구되는 사고 및 질병은 75~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연구원은 “중상에 비해 경상 및 무상해가 더 많다는 일반이론과 전혀 맞지 않는 결과”라며 “산재보험에서 인정된 재해만 통계로 집계하는 것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전체 노동자를 산재보험이 포괄하지 못하는데다 현장에서는 산재은폐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산재보험에서 인정되지 못하는 질환이 통계에서 누락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신범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교육실장은 이같은 잘못된 산재통계를 근거로 한 정부의 안전보건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노동부는 현재의 산재통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재해율과 사망만인율에만 기초해서 정책목표나 사업계획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재해율을 주된 정책지표로 채택해 지나치게 재해건수 감소에만 정책목표를 집중하도록 했다”며 “보상중심 자료에 기초해서는 예방을 위한 통계는 생산되기 어렵다”면서 △사업주 보고의무 부활 △표본조사 활성화 △리스트업 정책의 폐기 등을 제안했다.

통계자료원 다양화, 산재은폐 해소해야

이에 따라 이날 최은희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우리나라 산재통계 개선과 예방적 안전보건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재통계 개선을 위해 우선 통계자료원을 현재의 산재보험자료 뿐만 아니라 표본조사, 사업주 보고자료를 통해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본조사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재해발생기록 작성 및 유지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시범사업장을 선정해 모범을 만들어 이 사업장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 연구원은 이것은 올해까지 과제이며 내년초에는 1차 표본조사 결과를 도출해 재해규모를 드러내고 사업주 재해발생보고의무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예방적 접근과 사후적(처벌적) 접근 구분, 리스트업 정책 폐기, 산재요양신청과 재해보고 분리 등 산재은폐를 조장하는 분위기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 연구원은 “더 세분화된 지표를 생산하고 정책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안전보건정책을 사전 사후 접근으로 구분하면서 예방적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참여하는 ‘산재통계개선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순호 노동부 안전정책과장은 “재해율을 근간으로 한 산재예방정책이 사업주에게 산재은폐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므로 이후 다양한 지표를 개발해 재해율을 근간으로 한 정책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켜갈 것”이라며 “산재통계개선TF팀을 구성해 이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족한 ‘노동과 건강포럼 2005’는 앞으로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폭넓은 시각 정립 △전문가와 현장노동자의 자발적 네트워크 구성 △노동자 건강권 문제의 사회 의제화 △민주노동당 상시국감 및 국정감사 지원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