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사회적 배제’ 근본 원인은?

사회보험 적용대상 확대해도 적용률 낮아…다층적인 ‘배제 메커니즘’ 극복돼야

비정규노동자의 ‘사회적 배제’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지난 수년간 비정규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데서부터 사회보험 적용 확대 등의 정책제안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근본적인 질문 하나가 던져졌다. 도대체, 비정규노동자는 ‘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인가. 여기에는 제도적 요인 외에 어떤 구조적인 ‘배제’의 메카니즘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윤정향 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최근 중앙대학교 대학원(사회복지학과) 박사논문을 통해 비정규노동자의 사회보험 배제원인과 배제의 메커니즘(배제기제)을 분석해 주목된다.

‘주변부’ 노동자 구조적으로 배제

왜 비정규노동자가 사회보험으로부터 배제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은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지난 수년간 비정규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대상을 꾸준히 확대해왔지만, 현실적으로 비정규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노동자는 2003년 8월 현재 직장가입자 중 국민연금 26.4%, 건강보험 28.8%, 고용보험 25.9%의 적용률에 그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좀처럼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표 참조> 또 1년미만 계약자의 가입률은 더욱 떨어진다. 계약기간별로 1년미만은 2003년 기준 국민연금 16.1%, 건강보험 17.3%, 고용보험 15.0%에 그쳤다.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형태별 사회보험 적용율 (단위 : %)

구분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2003 2002 2001 2000 2003 2002 2001 2000 2003 2002 2001 2000
계 57.7 52.3 51.8 49.5 59.5 55.1 54.3 52.1 49.8 47.4 46.9 44.1
정규직 96.6 92.2 92.7 88.0 97.6 94.6 94.8 90.7 79.5 79.1 80.0 74.2
비정규직 26.4 21.5 19.3 22.1 28.8 24.8 22.2 24.6 25.9 23.2 20.7 22.6

윤정향씨의 원인 분석에서도 영세업체, 비정규직, 단시간노동, 무노조사업장, 미숙련직종, 여성, 저학력, 고연령에 속하는 노동자들이 사회보험에서 배제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정규노동자만 분석한 결과 30인미만 사업장, 여성, 사무직과 서비스판매직에서도 사회보험 배제원인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원인으로는 법·제도적 한계가 우선 지적됐다. 엄격한 기업-급여구조에 입각해있는 한국의 사회보험제도는 하향식 확대방식으로 도입·성장해왔기 때문에 기업규모나 지불능력(기여능력)이라는 기준에서 2차 노동시장의 사업장과 노동자들이 장기적으로 사회보험에서 배제돼왔는데 이것이 현재도 배제 메커니즘의 주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는 노동시장 구조와 행위자 차원 두 측면에서 사회보험 배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검증된 셈이라는 것. 윤정향씨는 “사회보험 배제가 노동시장 분절에 따른 주변부 노동시장의 특성을 지닌 노동자들로 집중되고 있다”며 “한편으로 노동시장과 고용주의 전략에 의해 유발되는 배제원인이 노조에 의해 어느 정도 제어될 수 있음을 추정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배제의 원인은 ‘제도-노동시장-행위주체’의 결합

이와 함께 윤정향씨는 금융업과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분석, 이들 산업의 사회보험 배제는 고용주의 수량유연화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그는 “IMF 외환위기 이후 3개월, 6개월 등의 임시직과 파트타임 노동자 채용, 간접고용 형태의 대규모 하청노동자 활용방식을 사용했다”며 “한편으로 정규직노조는 경계전략 등으로 배제에 기여했고 정부는 사회보험제도 적용제외 규정을 지속하는 등 미온적 보험확대 조치와 운용체계로 배제를 일으키는 영향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같은 사회보험 배제원인은 법·제도, 노동시장, 행위자 차원에서 발생하는 원인들이 서로 긴밀히 작용해 배제 메커니즘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금융업의 배제 메커니즘은 강력한 정부규제와 관치금융의 역사, 정부의 유연화 정책에 부응한 고용주의 수량유연화 전략, 비정규직 채용을 용인한 노조의 경계전략의 결합이라는 것.

자동차산업의 경우도, 완성차와 부품업체의 수직-통제적 거래관계의 구조적 형성, 도급구조 하에서의 고용주의 노동유연화 전략, 보험제도의 관리운영체계의 미흡, 노조의 경계전략 등의 결합으로 배제 메커니즘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산업별 통합 전략 유효

이에 따라 윤씨는 사회보험 적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별 제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산업별로 배제원인이 각각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산업특유의 생산체계를 고려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1인이상 사업장으로 사회보험을 확대하고 있으나 영세사업체는 여전히 배제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정적 관리·감독을 위한 인력확보 등 대안 마련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윤씨는 특히 “배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용주의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정규직 노동자와 노조가 어떠한 전략적 행위를 취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며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에 대한 실질적인 연대전략을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