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안전 지키는 민간 지침서 인기
중국어 방글라데시어 등 4개 국어로 구성, “한국인 동료 직원 도움 절실”
최근 외국인노동자들이 유독성 물질 중독으로 ‘앉은뱅이병’을 앓게 된 사건이 한국사회에 충격을 준 가운데 이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한 실무용 지침서 배포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실 외국인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한국에 온지 1년 안에 절단이나 실명 등 중대 산업재해를 당할 정도로 국내 영세 사업장의 노동환경은 아직도 열악하다.
외국인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입국 1년 안에 산업재해
특히 외국인노동자들은 위급한 상황에 닥쳐도 일이 손에 익지 않았거나 말이 안 통해 그대로 사고를 당하기 일쑤.
서울 성수동 인쇄공장 밀집지역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 S씨(29)는 “얼마 전 일을 하다 기계에 왼쪽 손등이 5cm 정도 찢어졌다”면서 “프레스 어쩌고 하는 사장님의 얘기를 알아듣지 못해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한 노동단체가 이같은 실정을 보다 못해 일선 작업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안전 매뉴얼을 만들어 지난달부터 배포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어와 중국어, 방글라데시어, 영어 4개 국어로 된 외국인노동자용 안전매뉴얼은 지금까지 300여부가 나갔고 반응이 좋아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매뉴얼을 보면서 안전교육을 받은 외국인노동자들은 “산업재해 관련 교육 덕분에 실제로 맞닥뜨리는 여러가지 상황에서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밖에도 산재보험 등 제반 권리와 한국생활에 필요한 각종 상식도 함께 교육한다.
정부에서 이미 비슷한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안전교육이 병행되지 않고 있어 거의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어, 중국어, 영어, 방글라데시어 등 4개 국어로 설명
배포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동건강연대>측은 “무엇보다 한국인 동료들이 모든 게 낯선 외국인들이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동건강연대> 스즈키 아키라 팀장은 “매뉴얼은 왼쪽 페이지에 한국어를, 오른쪽 페이지에는 각각 영어와 방글라데시, 중국어로 돼있으며 위급한 상황에 필요한 여러가지 표현들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즈키 팀장은 특히 “작업장에서 일하면서 한국인과 함께 볼 수 있도록 구성한 만큼 한국인 동료직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작업환경 개선을 추구하는 산업안전 운동을 벌여온 스즈키 팀장은 “노-정간 거시적 정책적 합의도 중요하지만 일선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안전활동 역시 이에 못지 않다”고 매뉴얼 배포사업의 구상 배경을 밝혔다.
정책적 합의 못지 않게 일선 노동자들의 자발적 안전활동 중요
죽거나 다치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 외국인노동자들의 작지만 절실한 소망이다. 이제 일선 민간단체의 사업이라는 수준을 넘어 노동계와 정부 차원의 해법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
(문의 : 노동건강연대 ☎02-469-3976~8 www.laborhealth.or.kr)
CBS사회부 정태영/조애영기자 godo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