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심사 일원화, ‘산재’ 기능 약화 불러올 것

노동계, 여당 ‘의료비 심사 일원화’ 방침 반발

여당 의원들이 건강보험, 산업재해보험, 자동차보험의 진료비 심사를 통합해 국가기구가 전담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 양대노총 및 산재노동자들은 ‘산재의 특수성을 무사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장복심(환경노동위), 유시민(보건복지위), 김영춘(정무위) 의원 등은 ‘의료심사평가원’ 설립을 뼈대로 한 ‘국민의료심사평가에 관한 법률’ 초안을 마련, 4월 임시국회 중에 입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건강보험에 대해 진료비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건강보험공단에서 독립시켜 ‘의료심사평가원’으로 확대·개편하는 한편, 이 기구를 통해 국민 의료비의 제반 심사를 일원화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산재와 자동차사고의 경우 산재보험 및 자동차보험사에서 자체심사 및 평가를 하고 있다.

장 의원 등은 “진료비 심사가 일원화될 경우 보험급여 대상환자들 중 18~20%에 이르는 속칭 ‘나이롱 환자’가 감소, 연간 최대 1조4천억원가량의 재정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상태.

이에 대해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본부 부장은 “산재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재해에 대한 치료 및 요양, 재활까지 완결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한데, 현재로써는 치료의 기능만도 벅찬 상황”이라며 “동일질병 동일수가 명목으로 의료심사 기준을 일원화 할 경우 요양과 재활을 통한 작업복귀라는 산재 고유의 기능이 사라지게 되며, 향후 예비 산재노동자들의 치료권이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은기 민주노총 산업안전부장도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의원들은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과잉진료를 문제로 삼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질병에 대해 조기발견, 조기치료 할 수 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있다”며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외면한 채, 재정 악화를 이유로 의료 심사 체계를 일원화한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