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
지난 12일 대구시 서구 원대동 모 자수 공장 기숙사에서 발생했던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숨졌던 필리핀 출신 근로자 마미고 로버트(35)씨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화재 발생 이틀이 지난 14일에도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로버트씨의 시신을 부검해 사인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9년 3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로버트씨는 대구 이현공단과 구지공단 등의 섬유업체를 전전하며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구슬 땀을 흘렸다.
그러나 1년여 전 체류 기간이 종료되면서 불법 체류자 신세가 돼 불안감 속에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여느 외국인 근로자처럼 몇 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하기도 했고 필리핀에 있는 부모님 생각에 잠 못 드는 밤도 여러 날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아버지가 숨졌다는 소식이 날아 들었으나 불법 체류자인데다 돈을 더 벌어야 했기 때문에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이후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로버트씨는 사고 전날 밤에는 심한 우울증세를 보이기도 했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아직까지 화재 원인과 그에 따른 로버트씨의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국을 떠나 먼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한 외국인 근로자의 죽음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로버트(35)씨는 화재당시 새까맣게 그을린 채 숨졌었다.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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