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건강연대 ‘진료비심사일원화’ 정책토론회
산재승인제도 폐지 및 선보장-후평가 실시돼야

“입법안, 잘못된 사례제시와 부적절한 대안에 기초”

최근 여당의원들의 건강보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의 진료비 심사일원화의 입법추진은 잘못된 사례의 제시와 부적절한 대안에 기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4일 열린 노동건강연대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제기됐다.

이날 임준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는 ‘진료비심사일원화, 누구를 위한 대안인가’란 주제발표를 통해 입원진료비의 경우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은 수가가 달라 직접 비교가 부적절하며 입원기간 역시 산재보험은 승인부터 치료종결까지 입원일수를 포함돼 있어 과대평가의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여당의원들은 산재보험이 본인부담이 없고 휴업급여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실제 산재보험은 20%의 비급여가 존재하며 휴업급여도 임금손실의 70%만 보장돼 있다고 지적한 후, “원론적으로 본인부담과 휴업급여 존재유무는 도덕적 해이와 상관없는 문제”라며 “선진국의 경우 일반환자에게도 무상의료와 휴업급여를 제공하지만 입원기간이 길어지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심사일원화 입법추진의 원인진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산재보험의 입원기간이 긴 것은 환자 및 의료기간의 도덕적 해이로 보기보다는 통원치료시 치료종결의 불안감이 크고 재활서비스를 포함한 연계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며 직장복귀의 전망이 부재한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 서비스 질이 좋은 병원의 산재의료기관 지정 취소나 입원을 거부하는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재보험의 핵심문제에 대한 진단과 평가도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산재보험의 사전승인제도의 문제점, 인정기준의 협소함, 재활체계의 부재, 원직장 복귀의 어려움, 취약한 보장성 등에 대한 진지한 언급 없이 진료비 심사가 산재보험이 직면한 핵심적인 문제인 양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의원들이 내놓은 대안 역시 핵심을 비껴갔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포함한 장기간 요양문제는 제도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심사제도를 바꿔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선진국 사례에서도 눈여겨볼 점은 진료비심사 일원화가 아니라 진료비 청구와 지급의 일원화,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산재보험 수준으로 높이고 산재보험의 승인절차를 없애 선보장 후정산이 가능한 점 등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사전승인절차로 인해 상당수의 산재, 직업병이 은폐되고 건강보험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그 대안으로 무조건적인 진료비심사 일원화가 아니라 1단계로 건강보험은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산재보험은 사전승인제도를 폐지하고 ‘선보장 후평가’를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급성기치료 이후 재활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연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전제가 될 때 2단계로 건강보험에서 선보장하고 보험자간 후정산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수준 차이가 큰 상태에서 선보장 후정산이 실시될 경우 왜곡될 우려가 크므로 1단계에서 수준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임준 공동대표는 “여당의원들의 심사일원화 주장은 잘못된 원인 진단에 기초한 잘못된 처방”이라며 “사전승인제도 폐지 및 선보장 후평가 실시, 재활요양 연계체계 마련, 입원과 통원의 차별적 접근 금지, 직장복귀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우선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연윤정 기자 yon@labortoday.co.kr

2005-03-28 오전 10:08:43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