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재보험 개혁 시급하다

[매일경제 2005-04-05 17:56]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63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광업과 제조업의 5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고, 지금은 1인 사 업장에까지 확대됐다.

2003년 말 현재 100만6549개 사업장, 1059만9345명의 근로자가 대상이다. 하지 만 소규모 건설공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설계사, 레미콘 지입차주, 학습 지 교사 등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위험작업 자영업자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2003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자는 9만4924명으로 보험 대상 근로자 1000명당 9 명이 4일 이상 요양을 요하는 재해를 입었다. 이 중 2923명이 사망했고 무려 3 만356명이 치료 후 영구 또는 부분적 장해가 남아 산재장해등급 1~14등급 판정 을 받았다.

산업재해는 당사자인 근로자와 가족의 삶의 질 저하를 불러온다. 다른 한편으 로는 산재보험의 재정지출을 초래해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과 기능노동력 상실 에 따른 기업경쟁력 저하,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 저하 요인이 된다.

산재보험 보험급여액은 2003년에 2조4818억원으로 지난 12년 간 연평균 21.1% 씩 늘어나 보험수지는 2495억원 적자를 냈다.

이같이 적자를 내는 주요인 가운데 하나는 전체 보험급여액 중 요양급여와 휴 업급여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지난 4년 간(2000~2003년)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자 수는 총 1만534명으로 이를 발생 형태별로 보면 일반적으로 장기 요양치료 후 사망에 이르는 직업성 질병 으로 인한 사망자가 45.11%(4752명)로 가장 많으며, 급성기 산재환자의 사망으 로는 추락(17.3%)과 교통사고(8.72%)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선의 방안은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고, 차선책으로는 재해 발생 직후부터 신속하고 전문적인 요양과 재활을 통한 산재환자의 조속한 부상 회복과 원직장 및 사회로 복귀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사업장에서 사고 발생 직후 응급 처치 시스템의 효율적 구축과 신속하고 전문적인 응급처치는 재해자의 사망률 을 낮출 뿐만 아니라 부상의 급격한 심화를 완화시켜 요양기간 장기화와 산재 장해등급을 낮추게 된다.

둘째, 중증 산재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요양) 기능을 산재보험이 자체적으 로 구축하는 방안이다.

독일 산재보험의 경우 8개 직영 산재전문병원에 사고외과, 수지ㆍ미세성형외과 , 척추부상전문과, 중화상전문과를 두어 중상자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셋째, 매년 증가하는 직업성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임상연구와 치료 기능을 산 재보험에서 보완하는 것이다.

넷째, 회복기 산재환자에 대한 전문적 2차 외래물리치료 기능의 보완이다.

다섯째, 재활사업을 위해 산재보험 시설과 민간시설ㆍ기관 등 관련 기관의 연 계 체계를 갖추고 방치된 재가 산재장애인의 사후관리를 통해 후유장애를 예방 할 수 있다.

여섯째, 직업재활훈련 종합대책을 만들어 실질적인 직업 복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3년도 산재장해판정자의 직업복귀율은 산재장 해 1~3급은 634명 중 7.7%에 불과하고 산재장해 4~6급은 2319명 중 25.3%, 산 재장해 7~9급은 5023명 중 31.5%, 산재장해 10~14급은 2만2387명 중 44.6%로 전체적으로는 40.19%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요양과 재활이 실현되기 위해 재활급여 도입을 검토할 시점 이다. 99년 12월 산재보험법 개정시 제1조(목적)에 ‘산재근로자의 재활 및 사 회 복귀 촉진’을 삽입해 명시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비용에 대한 규정이 아직 법령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요양ㆍ재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직업성 질병으로 판정받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산재근 로자가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요양 결정 장기 소요 근로자에 대한 생 활안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산재보험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끝으로 120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독일 산재보험의 두 가지 기본원칙 ‘예 방→재활→보상'(예방이 최우선, 다음은 재활, 그 다음이 보상)과 ‘모든 것을 한 손에'(산재환자는 산재보험에서 풀서비스)는 우리나라 산재보험이 주목할 만하다.

[윤조덕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