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공기질 관리법’ 적용대상 확대 놓고 논란
‘학교시설’ 포함여부 관건, ‘공기정화시설 의무 면제’도 논란
2005-04-21 오후 5:54:36
‘새집 증후군’, ‘새교실 증후군’ 등이 사회적 관심으로 대두되면서 실내 공기질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부처마다 규제 수준이 중구난방이어서 정작 규제가 필요한 학교 등은 실효성 있는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내 공기질 관리법’ 6개 개정안 경합 중
21일 현재 국회에는 2004년 5월 시행된 ‘실내 공기질 관리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으나 각각 강조점이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22일 논의될 예정이나 현재 정부안을 포함해 총 6개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6개 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실내 공기질 관리법의 적용 대상을 어디까지 확장할지이다. 현재 이 법은 극장, 지하상가 등 다중 이용 시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지상 건물에 딸린 지하상가, 공동 주택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허점이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정부안을 포함한 6개 개정안은 이 법의 적용 대상을 다세대 주택 등 공동 주택, 모든 지하상가는 물론 기숙사, 학교까지 확대하는 것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적용 대상 확대에 대한 강조점이 각 개정안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안이 지상 건물에 따린 지하상가, 신축 공동 주택 등만을 언급하고 있는 반면 다른 개정안은 다세대 주택ㆍ기숙사(김맹곤 의원안), 열차ㆍ지하철(조정식 의원안), 학교(이군현 의원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5개 이상 부처 중구난방식 관리로 학교 등 ‘사각 지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 실내 공기질 관리법 대상으로 학교를 포함시킬지 여부이다.
현재 실내 공기 질과 관련된 업무는 환경부,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노동부, 교육인적자원부 등 다수 부처에서 중구난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새교실 증후군’ 등 사회적 논란이 됐던 학교의 경우에는 교육부의 학교보건법에 의해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등만 규제되고 있다 지난 3월에서야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세균 등의 별도 기준이 포함됐다.
하지만 학교보건법은 ‘새집 증후군’, ‘새교실 증후군’의 중요한 원인인 포름알데히드 등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어서 어른에 비해 상대적인 면역성이 떨어지는 어린이를 실내 공기 오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2004년 8월 발의된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안은 실내 공기질 관리법 대상에 학교를 포함시킬 것을 주장해 왔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현재 실내 공기질과 관련해서는 각 개별 법률에서 소관 시설별로 필요한 환경 위생 관리 기준을 정하고 소관 부처별로 각각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 교직원 등의 구성원을 가진 학교 시설은 다중 이용 시설과 분리돼 관리돼야 한다”며 “교육위원회 별도로 학교보건법에 VOC 등 유해 물질에 대한 관리 기준을 추가했으므로 ‘실내 공기 질 관리법’ 대상에 학교를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학교는 교육부에서 관리하면 돼” vs “환경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환경ㆍ사회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환경운동연합은 21일 낸 실내 공기질 관리법에 대한 검토 의견서에서 “학교를 환경부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단체는 “개정된 학교보건법에는 신축 학교의 경우 VOC와 세균 항목을 추가했으나 학교의 실내 공기 문제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산화질소, 라돈, 포름알데히드 등 현행 실내 공기질 관리법에 포함돼 있는 오염 물질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땜질하듯이 학교보건법에 별도 규제 항목을 두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또 “환경부에서 대부분의 다중 이용 시설의 실내 공기질을 관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별도로 관리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로 판단된다”며 “부처 간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학교의 실내 공기질 문제는 환경부가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학교를 실내 공기잘 관리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이군현 의원실 관계자는 “실내 공기질 관리법에 학교를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이군현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정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준 만족시키면 공기정화 설비 면제” vs “국민건강 위한 최소한의 조치”
이밖에도 환경부와 일부 의원은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해서 의무적으로 공기 정화 설비 및 환기 설비를 설치하는 의무를 실내 공기질 유지 기준에 적합한 시설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부는 “기존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해서 의무적으로 공지 정화 설비 및 환기 설비를 설치하도록 하였으나 시설주의 부담이 커 개정이 필요하다”며 “실내 공기질이 유지 기준에 적합한 경우에는 불필요한 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의무를 면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다중 이용 시설의 경우 조사가 많은 사람이 이용할 때 이뤄지는 것이 아니어서 실제보다 질이 높은 검사 결과가 나올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이 정하는 기준을 충족했다 하더라도 환기 설치는 의무화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도 지난 4월 낸 검토 의견서에서 “다중 이용 시설의 환기 설비 등을 설치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므로 시설주의 부담을 명분으로 규제 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