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석면 철거, 감독 소홀로 방치
법 개정 2년째인데도 “금시초문” 일관

박승이(toseung) 기자

서울시 중구 소공로 지하상가 리모델링 현장. 천장과 벽체, 바닥 등 대수선을 위해 뜯어낸 건축폐재류들이 건설폐기물 차량에 실리고 있다. 건설폐기물에는 천장 마감재로 쓰였던 부서진 석고 시멘트판, 일명 ‘텍스’ 조각들이 상당 부분 섞여 있다. 송파구 신천동 P건설의 또 다른 철거 현장. 온갖 중장비가 동원돼 20여층 높이의 건축물 철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 건물 역시 천장 마감재로 텍스가 쓰여졌다.

이 두 곳의 건축 연한은 모두 20년 이상된 구건축물이다. 이 당시 사용된 텍스에는 1급 발암 물질인 석면이 5% 내외로 함유되어 있어 해체 및 철거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특별 관리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이다. 특히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석면이 함유된 물질의 해체 및 철거시에는 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석면 함유 건축물의 철거 작업이 무허가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소공로 지하상가 리모델링 공사와 신천동 철거 현장 역시 석면이 함유돼 있지만 노동부 허가 없이 해체 및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연히 근로자 안전대책이나 지정폐기물로 분류된 석면이 적정하게 처리될리 만무하다. 이곳 현장의 공사 책임자들은 “노동부 허가 대상인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허가를 받지 않고 해체 및 철거를 하게 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 등 과중한 처벌이 내려진다.

석면이 허가 대상 물질로 법개정된 것은 지난 2003년 7월로 2년째 접어들고 있다. 소공로 공사 현장 D건설 소장은 한모씨는 “허가 대상은 물론 텍스의 재질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텍스에 발암 물질 석면이 포함된 것은 일반인들도 아는 상식.

국내 일군 건설업체인 P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송파구 신천동 철거현장 소장 백모씨(철거 하청업체 S건설)는 오히려 “수십 년째 철거를 해봤지만 그런 소린 처음 듣는다”며 “전국 어느 철거 현장이라도 그런 허가는 받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석면 슬레이트판에 고기를 구워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오랫동안 철거를 해봤지만 그렇게 위험했다면 근로자들은 벌써 다 사망했겠다”라면서 근로자 안전에 무책임한 반응을 보였다.

호흡기를 통해 폐속으로 들어간 석면은 8년에서 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이나 악성중피종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법 개정 2년이 지나도록 철거전문업체들도 허가 대상 사실을 모르고 있어 전국적으로 무허가 석면 철거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동부지방노동사무소 담당자에 따르면 “법 개정 이후 관할 지역에서 석면 철거 허가 신청은 단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 조항을 만들만큼 국민과 근로자 안전에 중요한 부분이었음에도 정부는 법 조항 몇 개만 개정해 놓고 이후 홍보와 관리, 감독은 안중에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부 산업보건환경과 담당자는 “2003년 법 개정 당시 건설협회는 물론 1천여개 사업장에 공문을 띄웠다”고 말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 역시 “석면이 노동부 허가 대상물질이라는 내용은 인지하고 있으며, 당시 업체들에게도 문서를 통해 공지했지만 관련법을 알면서도 잘 지키지 않거나, 소홀히 여겨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대 석면 건축자재 생산기업인 ㈜벽산은 이달부터 석면이 함유된 텍스 생산을 전면 중단, 석면 대신 셀룰로오스가 함유된 석고시멘트판을 공급한다. 벽산과 함께 국내 건축자재 시장을 양분해온 KCC 역시 이미 석면 함유 건축자재 생산을 중단해 일부 소기업을 제외하고는 석면 건축자재는 우리 나라에서도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존 노후 건축물에 포함된 석면 처리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와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자연환경신문 4월 27일자

2005/05/03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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