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불법철거, 위법사실 지적에도 공사 계속
박승이(toseung) 기자
관련기사 무허가 석면 철거, 감독 소홀로 방치
송파구 신천동 하나은행 건물 철거현장이 노동부 허가 없이 불법적으로 철거를 진행하고 있음을 지적당한 이후에도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공사를 계속 진행, 현행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있다. 더욱이 현장을 관리감독 해야할 노동부는 위법사항을 인지한 후에도 이 사실을 묵인, 법적조치 및 공사중지 명령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태다.
공사 발주자인 포스코건설 또한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지도 감독을 해야할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철거업체인 모 업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시공사가 처벌을 받던 안 받던 포스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무책임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석면 무허가 철거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지적 받은 뒤에도 철거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2005 박승이
지난 20일경 기자와 함께 현장을 찾은 서울동부지방노동사무소 담당 근로감독관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현장에 1%를 초과하는 석면이 함유된 텍스가 철거되고 있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석면을 함유한 건축물을 철거할 때는 노동부의 허가가 있어야 하므로, 작업을 중단하고 허가신청서를 먼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공사 현장 소장은 “들어본 적도 없는 법을 어떻게 지킬 수 있겠냐”며 “그런 법이 있는걸 몰라서 그랬으니, 내일 당장 허가신청서와 작업계획서 등 관련서류를 제출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며칠 후 동부지방노동사무소 확인 결과, 담당자는 “바로 다음날인 21일 서류가 제출됐으며, 산업안전공단에 서류심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류심사가 처리기한은 20일 정도이며, 석면함유량 분석을 위해 산업안전공단에서 시료를 채취해 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료 분석은 물론 서류심사가 완료되어 작업을 해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는 공사를 중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철거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이 담당자는 “순서는 잘못된 것이 사실이지만 뒤늦게 신청서와 작업계획서를 제출, 계획서대로 작업하고 있으므로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작업계획서대로 작업을 하고 있는지 현장 확인을 했냐는 물음에 “다시 현장을 가보고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후 다시 현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현장 소장은 다시 한번 “5월 15일까지 철거를 마쳐야 한다”며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작업계획서대로 방진마스크와 작업복을 갖춰 입고 안전하게 텍스를 제거해 현재 층마다 쌓아 놓았다”고 말했다.
현장은 첫 방문보다 철거가 많이 진행된 상태였으며, 이에 대해 소장은 “앞동 4층 높이 건물에는 텍스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 “발주자가 공사 설명 당시 석면이 몇 % 함유된 자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는데, 하도를 받은 우리 같은 철거업체가 직접 시료분석하고 처리까지 하면 그에 따른 추가 비용과 시간은 누구의 몫이냐”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한편 포스코 건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시행사로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포스코건설 건축지원본부 관계자는 “철거업체가 처벌을 받던 안 받던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 사건을 제보한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회원은 “노동부 지방사무소에 위법 사실을 알렸는데도 아무런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현행법을 준수하고 위법 사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할 행정관청이 불법 사실을 정면으로 묵살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의 무책임에 근로자와 국민의 안전과 건강, 환경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강력히 질타했다.
한편 포스코 건설은 녹색경영대상 최우수상 ,ISO 9001획득, 대통령표창(신공항 고속도로 건설공로), ISO 14001획득, 건설사 중 7년 연속 최우수신용등급 획득 등 수많은 수상을 한 건설사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강서구 발산동 재건축현장, 중구 소공로 리모델링 현장 등은 석면 불법철거 민원이 접수되자 관할 지방노동사무소가 즉시 공사중단을 명령, 행정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